2차 핵 안보 정상회의 한국 유치의 결정적 계기는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위로하는 한편 핵 태세 검토보고서(NPR)를 사전에 설명하기 위해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핵화 원칙을 점검하기 위해 핵 안보 정상회의를 2년마다 열고자 한다"면서 "차기 회의를 한국이 개최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안보 정상회의 정례화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워싱턴 핵 안보 정상회의를 추진한 뒤 우리측은 줄곧 차기 회의 개최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해왔다"고 귀띔했다. 이로 미뤄 이번 유치 결정은 우리측의 적극적인 의지를 사전에 읽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의 배려로 추측된다.
그 뒤 미국은 개최 의지를 조심스럽게 밝혀왔던 몇몇 나라들을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의 강력한 개최 의지, 미측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국 개최는 9일 핵 안보 정상회의 실무회의에서 사실상 확정됐다. 그리고 13일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 석상에서 한국의 차기 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참가국 정상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이끌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의에는 한국에 북한 핵 문제가 걸려 있고, '핵 없는 한반도'가 '핵 없는 지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듯하다"며 "결정적 요소는 두 정상의 굳건한 우정과 신뢰"라고 풀이했다.
워싱턴=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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