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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 節電 블루오션을 찾다

입력
2010.04.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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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잠실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내 설비실. 긴 막대 모양의 펌프 수 십 개가 즐비하다. 신기하게도 대형 펌프들이 움직이고 있는데도 소리는 크지 않았다. 장경철 파크리오지원센터 기계과장은 "전체 펌프 3개 중 1개만 작동하고 있다"며 "그래도 난방이나 온수 공급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고효율 펌프를 달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예전 같으면 2개, 3개씩 돌아가도 피크 타임 때는 감당이 어렵고 과부하가 걸리기 십상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걱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 때 그 때 펌프의 회전이나 압력이 달라 일정한 난방, 온수 공급이 어려웠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에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에는 모두 고효율펌프를 쓰고 있다고 한다.

펌프가 녹색성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펌프는 설치된 곳보다 쓰이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펌프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때문에 전력손실이 적고 효율이 높은 펌프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너지국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의 20%가 펌프를 움직이는 데 쓰이고 있다. 일부 공장에서는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국가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이산화탄소(CO2)를 줄이는 데 있어 얼마나 효율이 좋은 펌프를 쓰고, 관리하느냐가 핵심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펌프 제조 회사 한국그런포스펌프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펌프를 고효율 펌프로 바꾸기만 해도 연간 3조5,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발전소 1기를 새로 짓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기존에는 모터에만 적용했던 '고효율기자재인증제'를 펌프까지 확대해서 펌프의 전력 사용을 줄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LCD 생산 공장에서는 냉수, 냉각수, 초 순수 생산 라인에 고효율 펌프를 설치, 36.3% 에너지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4억7,900만 원. 경북 포항의 포스코 사원 아파트에 고효율 펌프를 달았더니 이전과 비교해 80% 이상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펌프의 역할이라는 게 한국그런포스펌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란색 정화조 물 탱크가 그 대표적인 예. 한 때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생기면 빠짐 없이 들어섰던 노란색 정화조 탱크는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췄다.

한국그런포스펌프 관계자는 "옥상 물 탱크에서 물을 끌어내려 쓰던 과거에는 펌프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아 에너지 낭비가 심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펌프를 지하에 설치해 밑에서 위로 물을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지어진 30층 이상 건물 10개 중 9개는 인버터를 통해 자동 속도 조절이 가능한 이 회사의 고효율 펌프를 쓰고 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고효율펌프 보급을 통해 6,700억원의 비용을 줄였다는 게 회사 측 계산이다.

최근에는 태양광, 풍력을 이용해 작동할 수 있는 펌프까지 나오고 있다. 청정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이 전혀 들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기 때문에 '녹색 성장의 해결사'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거나 불안정해 펌프를 돌릴 수 없어 더러운 물을 길어 먹어야 하는 오지에서도 깨끗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한국그런포스펌프 관계자는 "펌프의 비용을 100으로 볼 때 구입비가 5, 유지ㆍ보수 비용이 10인 반면 전력 비용은 85를 차지한다"며 "국내에서도 한국전력과 손 잡고 신재생에너지 펌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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