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를 추라는 건지, 탭 댄스를 추라는 것인지…'
시장은 요즘 헷갈린다고 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취임 후, 혼란스런 신호가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 총재 취임으로 한은 입장이 달라질 것은 예상됐던 부분이다. 전혀 다른 성향의 총재가 왔으니 경기인식이나 출구전략에 대한 한은의 태도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장이 바뀐다고 하루 아침에 중앙은행의 말이 바뀌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너그럽게 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문제는 계속되는 '메시지 혼선'이다. 12일 한은은 금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6%에서 5.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5.2%는 정부 전망보다도 높은 수준. 하지만 경기를 이렇게 낙관적으로 보면서도, 금리인상에 대해선 얘기가 없다. "성장전망을 높였으니 출구전략도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은은 "4.6%나 5.2%나 큰 의미 차이는 없다"고 출구언급 자체를 피해 버렸다.
혼선의 압권은 민간자생력 부분.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은 민간부문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 총재가 "민간자생력이 회복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터라, 이날 한은의 '민간주도'발언은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은의 답변은 "(민간자생력 회복에 대해) 총재가 보는 시점과 경제전망상의 시점은 다르다"는 것. 4.6%나 5.2%나 그게 그거라는 것도 그렇고, 중앙은행 답변치고는 참으로 궁색해 보인다.
새 총재 취임 초니까,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혼선은 그런 기술적 시행착오가 아니라, 무리하게 기존 논리를 바꾼 데 따른 심각한 후유증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메시지의 혼선은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수 있다. 도대체 시장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새 체제의 한은이 자꾸 불안해 보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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