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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모형 PF 사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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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모형 PF 사업의 위기

입력
2010.04.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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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주한 400억 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공사를 우리가 수주해 국민을 기쁘게 했다. 그 파급 효과는 일반 플랜트 수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국위 선양과 경제 회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적 상징사업 많아

우리 경제의 미래에 희망을 주는 해외건설 부문의 쾌거와는 달리,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국내의 대형 복합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원전 수주 금액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큰 100조원 대의 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멈춰서면서, 건설 및 금융업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와 함께 공모형 PF 사업의 좌초 가능성에 따른 관련업계의 위기감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이다.

공모형 PF 사업이 어려움에 빠진 데는 건설업계의 책임이 가장 크다. 비록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돌발 악재가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을 미리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대형 사업을 추진한 건설업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철저한 검토와 장기 계획 없이 부동산 정책을 펼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냉ㆍ온탕식 정책 변경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로 건설업계의 사업 환경이 더욱 열악해진 점도 현재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다.

분양가 상한제만 해도 그렇다. 많은 건설사들이 당초 분양가 상한제가 없는 상태에서 공모형 PF사업권을 획득했으나, 이후 정부의 제도 변경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바람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갑자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예상치 못한 수입 손실로 사업 진행을 멈춘 공모형 PF 규모는 100조원 대에 달한다.

공모형 PF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대부분 입지가 뛰어나다. 그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도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청라 국제업무지구와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 국가적으로 상징성을 띠는 사업과 신도시 중심상업지역의 대형 복합개발 사업 등 국가적, 지역적으로 중요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이들 지역에 공급되는 오피스 빌딩과 주택들은 글로벌 수요와 선호도까지 감안해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최근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국가적 사업의 성공을 위한 고민의 산물로 평가된다.

해외 선진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 종사자들을 위한 사무실, 주택 등 차별적이고 쾌적한 정주(定住)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분양가 자율화 시절에 지은 고품질 주택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품질에 불만이 적지 않다. 따라서 국가적, 지역적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의 오피스 빌딩이나 아파트의 경우 획일적인 규제 대신 사업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탄력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획일적 규제 개선을

400억 달러의 해외 원전 수주도 중요하지만, 좌초 위기에 빠진 100조원 대의 국내 공모형 PF 사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같은 개발사업이라도 해외 사업의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국내 개발사업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사회적 파급 효과가 엄청난 공모형 PF 사업이 활성화한다면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적 상징성과 입지적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규제를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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