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는 전국 15개 신설 약대 중 의과대학 없이 설립 승인을 받은 2개 대학 중 하나다. 전남 지역에서 의과대학을 가진 전남대와 조선대가 이미 약대를 갖추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점도 있었지만 의과대학이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순천대 측과 순천시의 노력이 약대 유치에 일조했다.
순천대는 전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경상대병원과 MOU를 체결한 데 이어 600병상이 넘는 가롤로병원, 순천병원, 순천의료원과도 협약을 체결해 학생들이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겸임교수를 통해 실습지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미래 고부가가치 제약 산업에 종사할 전문 약사를 양성하는 연구약학제 등 새로운 학부를 도입하고 노벨상 수상자가 재직 중인 미국 샌디에이고 약대와의 공동연구도 진행키로 했다.
순천대는 특히 인근 지역 천연물 등에 신약 소재가 많다고 보고 이를 이용한 특성화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지리산권과 남해안 등 풍부한 천연물 재료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지리적 장점을 갖추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강한 농업 생명 바이오관련학과와 한약자원학과 등은 연구 기반이 탄탄해 이미 천연물을 특화한 신약개발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키토라이프와 공동 개발한 항암제를 수출하기 위해 인도 항암제 전문회사인 K-Lab사와 협약을 맺기도 했다. 원료 수출과 기술료 등을 포함해 앞으로 15년간 총 1,300억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순천대 생체의료용 고분자연구팀이 개발한 항암제 '키토 탁솔'(KITTO TAXOL)은 기존 항암제보다 8배 높은 암세포 공격효과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연물의약소재개발연구센터 건립과 운영에는 순천시도 나선다. 순천시는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해 천연물의약소재개발연구센터를 통해 순천지역 등에서 생산되는 각종 천연물의 이용, 조사, 분석 및 제품화 연구, 세계적인 석학교수 초빙, 학생의 연구지원비 및 우수인재 교육훈련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순천대는 건물 신축, 기자재 마련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44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20명의 교수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순천대의 약대 설립 과정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구조조정을 통해 약대 지원을 위한 충분한 재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순천대 관계자는 "최근 한약자원학과, 자원식물과, 원예학과, 농화학과 등 유사한 학문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2006년 이후 순천대는 화학과, 물리학과, 생물학과 등 자연과학대학의 학과들을 없애고 농업생명과학대학과 통합해 생명산업과학대학을 신설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내 유사학과 9개도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꾸준히 해왔으며 2008년부터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 지원 대학에 선정돼 바이오제약, 뇌과학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박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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