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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직폭력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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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직폭력배 급증

입력
2010.04.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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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마피아나 콜롬비아 마약조직 등 더 흉포한 조직들이 많아진 지금도 세계 3대 범죄조직을 꼽으라면 역시 '마피아'와 '삽합회', '야쿠자'다. 이들은 통일된 조직이라기보다는 근거지 별로 연계, 대립하는 독립 조직들의 집합에 가깝다. 기막힌 것은 이들 모두가 그럴듯하게 자신들의 뿌리를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마피아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체, 야쿠자는 도쿠가와 막부의 낭인(浪人)무사들로부터 양민을 지키려던 평민무사단, 삼합회는 이민족인 청(淸)에 저항한 한족 부흥운동결사를 각각 제 조직의 근거로 삼는다.

■ 그러나 턱도 없는 얘기다. 사실은 어지러운 시대에 미처 중앙권력이 닿지 않는 음지에서 제멋대로 구역을 정하고 그 안의 서민, 중소상공인들을 보호료 명목 등으로 갈취하던 불량배가 공통된 기원이다. 몇 년 전 '야인시대' 따위의 TV드라마에서 마치 일제치하, 해방정국에서 독립ㆍ건국운동세력 쯤으로 포장됐던 우리네 종로파니, 동대문파니, 명동파니 하는 것들도 본질은 같다. 그러던 깡패들이 조직이 커지고 자본이 축적되면 매춘ㆍ마약ㆍ도박사업 등에 개입하는 기업형 범죄조직을 거쳐, 마침내는 외형 상의 합법기업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밟는다.

■ 대검은 엊그제 낸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조직폭력배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창궐, 이미 합법사업에 손대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밝혔다. 유흥가로나 국한됐던 찌질이 불량배 수준의 '서식환경'이 대부업, 건설시행업 등으로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합법이지, 폭력배가 간여하는 사업 경쟁력의 본질은 협박과 위력 과시에 의한 독점이다. 이렇게 되면 공권력도 손 쓸 방법이 마땅치 않기 마련이다. "일본이나 러시아처럼 폭력조직을 사회적 실체로 인정할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검찰의 우려가 엄살로만 들리지 않는다.

■ 공권력의 척결의지와 강력한 대응이 우선이지만, 조직폭력배를 보는 일각의 관용적 정서도 문제다. 무슨 비장한 영웅담 같은 조폭물이 영화, TV에서 봇물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종종 TV오락프로 따위에서 철없는 연예인들이 재미있는 경험담이랍시고 "'형님'들…" 해가며 낄낄대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이런 일조차 은연중 그들을 정상적인 주변의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일이 된다. 조폭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해선 안될 사회의 쓰레기이자 암덩어리들이다. 특히 힘 약한 서민들에게는. 정신들 차리기 바란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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