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큐즈미, 이미그레이션(출입국관리소 직원입니다)”
지난해 5월 30일 오후 5시 30분. 날이 어둑해질 무렵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인 경기 시흥 신천동 한 시장에서 반찬을 사고 나오던 가정주부 김모(30)씨는 건장한 남성 3명이 갑자기 가로막고 나서자 깜짝 놀랐다. 그것도 알아들 수 없는 영어. 당황한 김씨는 시장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황급히 옮겼다. 한 10m쯤 갔을까. 그 중 남자 두 명이 자신을 빠르게 쫓아왔다. 김씨는 “낯선 남자들이 쫓아오는데 겁부터 났다”며 “나를 납치하려는 외국인인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실제 이들은 김씨를 뒤에서 양팔로 안아 못 움직이게 하고 다리를 걸어 땅바닥에 넘어뜨린 뒤 인근의 봉고차로 김씨를 무작정 데려가려 했다. 김씨가 바닥에 눕혀진 채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행인이 김씨에게 “신분증을 보여주세요”라며 나섰다. 알고 보니 김씨를 따라온 건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선 출입국관리소 직원들. 김씨의 겉모습만 보고 외국인으로 판단해 단속한 것이었다.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영어로 말했는데 김씨가 못들은 듯 피하자 도주로 오해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단속 직원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나중에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사과조차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단속 과정에 단속사실과 이유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등 인권 및 신체자유 침해 행위가 있었다며 출입국관리소장에게 이를 시정하기 위한 주의조치 및 직무교육을 직원들에게 실시하고 피해자에게 소정의 위자료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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