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힘을 얻어가면서,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정권의 붕괴가 가시화하고 있다. 의회해산 및 조기 총선실시는 '시기'의 문제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일명'레드 셔츠'반정부시위대 UDD(반독재민주연합전선)의 리도자 웽 토지라칸은 13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여당 일각에서 제시한 6개월 내 조기 총선안을 거부하며 "즉각적인 총선 실시"를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도시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층이 이끌고 있다.
앞서 12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와 육군참모총장이 시위대에 힘을 실어 줬다. 선관위는 집권 민주당이 기업으로부터 2005년 2억5,800만바트(8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불법을 저질렀다며 민주당 해체를 결정했다. 군부 실세인 아누퐁 파오친다 육군참모총장도 의회해산을 지지하며, 더 이상 시위대 강제해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시위대가 승리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피싯 총리측은 "올해 말 총선실시 일정을 앞당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차와랏 찬위라쿤 내무장관이 "6개월 내 조기총선"을 중재안으로 제시했지만, 시위대는 "즉각 의회해산"을 요구하고 있어 총선시기를 놓고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선관위의 결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가진 헌법재판소가 조기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헌재 결정까지 보통 2개월∼1년이 소요되는데, 선관위가 애초 20일 예정됐던 결정을 12일로 앞당겨 내렸던 것을 감안하면 헌재도 신속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헌재가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민주당은 즉시 해산되고, 민주당 지도자와 집행위원들은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AP통신은 양측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제 3의 세력'에 의한 쿠데타 가능성도 제기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후 19차례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2006년 탁신 전 총리도 쿠데타로 물러났다.
태국의 정정불안은 뿌리깊은 계층갈등이 원인이다. 친서민 정책을 펴던 탁신 전 총리가 부패혐의로 축출된 뒤 엘리트와 중산층을 대변하는 아피싯 총리가 집권했지만, 경제가 악화하면서 도시 노동자와 농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한편 이번 사태로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하는 태국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관광객수가 올들어 예상보다 20% 줄어들었고, 올 경제성장률도 4~5%에서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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