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4.1원 떨어진 1,114.1원으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인 동시에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직후(2008년9월17일 1,116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리먼 사태 이전으로 복귀한 환율은 이제 새로운 저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ㆍ달러환율의 방향을 좌우할 결정적 3대 변수로 ▦외국인 자금의 향방 ▦위안화 절상 ▦정부 개입 등을 꼽고 있다.
외국인들은 어디로
수출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이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외국인들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3월부터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행진을 이어 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마침내 22거래일만에 '팔자'로 돌아선 것. 이날 외국인들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수출주 위주로 1,0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는 코스피지수가 14.17포인트 급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 그 동안 외국인들의 '사자'행진이 원ㆍ달러 환율하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들의 행보를 환율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요인에 의해 외국인자금의 매수ㆍ매도가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도 외국인들이 환율 급락시 '팔자'로 돌아선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는 일시적인 예가 많았다는 것. 설령 환율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결국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향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환율하락=한국경제 실망감'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 경우를 보면 원화 절상 기간에 외국인 투자가 많이 유입됐다"며 "물론 3월처럼 일방적인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큰 흐름에선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시장에선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만으로도 대략 2조원 규모의 달러가 추가유입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외국인 동향으로 본다면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12, 1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8일 중국을 방문, 왕치산 중국 부총리와 위안화 환율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위안화 절상이 1~2개월내, 빠르면 금주 안에도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원ㆍ달러 환율이 한때 1,111.4원까지 떨어진 것 역시 '위안화 절상 임박설'때문이었다.
위안화 절상이 단행된다면 원ㆍ달러환율의 추가하락(원화절상)은 불가피하다. 관건은 그 폭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이 이뤄지면 원화도 동반 절상 압력을 받을 것"며 "다만 위안화 절상은 이미 '알려진 이슈'에 가까워 실제 단행됐을 때 원화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근 연구원은 오히려 "그리스 문제가 위안화 절상보다 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유로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무려 5.9%나 절하된 상태. 이 문제가 해결될 경우 유로화 급등→달러화 약세→원화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개입과 강도는
최대 관건은 정부개입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환율하락과정에서 하루 5억~10억달러 규모의 비교적 큰 개입에 나서기도 했고, 이는 환율의 추가하락을 막는 제어판이 되기도 했다.
시장도 당국의 개입을 무척 경계하는 눈치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도 당국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매우 높았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정부가 막판 개입으로 종가 관리에 나선 듯하지만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면서 "오히려 개입을 우려한 '눈치보기'가 심했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1,125원 전후에서 '1차 저지선'을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방어선이 뚫린 만큼, 시장은 2차 마지노선이 어디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전승지 연구원은 전승지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1,100원대에서 매우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 '강만수 경제팀'때처럼 환율방어에 총력전을 펼지는 불확실하다. 한 시장관계자는 "환율하락도 출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낮은 환율은 금리인상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어느 정도는 환율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는 "우려했던 '최중경 변수(고환율론자인 최중경 경제수석의 등장)'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어떤 경우든 환율이 1,100원을 한번은 뚫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 1,000원을 향해 질주할지, 다시 訃紵怒測?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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