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제7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
2타차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필 미켈슨(미국)이 18번홀 2온에 성공하자 현지 중계방송 카메라에 한 여성의 얼굴이 클로즈 업됐다. 짙은 선글라스를 낀 이 여성은 미켈슨의 우승을 확신한 듯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미켈슨이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아내 에이미에게 최고의 선물을 했다. 미켈슨은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ㆍ13언더파 275타)를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04년과 2006년에 이어 세 번째 마스터스 우승.
최고 남편에서 최고 골퍼로
미켈슨은 지난해 5월 아내가 유방암 선고를 받은 데 이어 7월에는 어머니까지 같은 병에 걸리는 아픔을 겪었다. 미켈슨은 당시 투어대회 불참을 선언하며 아내의 병간호에 지극정성을 들여 팬들을 감동시켰다. 그러나 미켈슨은 이날 11개월 만에 필드에 응원 나온 아내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를 지켜보던 갤러리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미켈슨 부부의 사랑에 큰 박수를 보냈다.
미켈슨은 ‘골프황제’타이거 우즈(미국)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길을 걸었다. 골프에서는 우즈의 기세에 눌려 ‘2인자’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지만 모범적인 가장으로 칭찬을 들었다. 특히 미켈슨은 성 추문을 일으킨 우즈와 비교되면서 더 많은 존경을 받았다.
아내를 돌보기 위해 시즌 초반 대회를 포기했던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방암 예방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을 모자에 달고 전 라운드를 소화했다. 결국 ‘최고 남편’ 미켈슨은 마스터스에서 세 번째, 메이저 통산 4승을 거두면서 연이은 추문으로 이미지를 구긴 우즈를 밀어내고 ‘최고 골퍼’ 자리에까지 올랐다.
미켈슨은 “마스터스의 우승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오늘의 기억은 언제까지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고 기뻐했다.
운명을 바꾼 13번홀
마스터스 우승은 13번홀(파5ㆍ510야드)에서 갈렸다. 3라운드 단독 선두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 4타, 2위 미켈슨에 3타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한 ‘탱크’ 최경주(40)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트를 앞세워 한때 공동선두까지 올라 아시아선수로서는 최초로 우승하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3번홀 보기로 역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우즈와 함께 공동 4위(11언더파 277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 벙커로 날려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내리막을 의식한 최경주의 세 번째 샷은 그린 위에 올랐지만 짧았고 결국 3 퍼트를 범하면서 보기로 홀 아웃하고 말았다.
반면 미켈슨(미국)은 13번홀에서 맞은 위기를 버디로 바꿨다. 티샷을 오른쪽 러프에 떨어뜨린 미켈슨은 나무 두 그루가 시야를 가리고 있어 두 번째 샷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켈슨은 나무 사이로 그림 같은 샷을 날렸고 볼은 홀에서 1.5m 붙어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비록 미켈슨은 이글 퍼트를 넣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버디를 추가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노우래 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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