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는 공교육, 완벽한 보육제도, 효율적인 보건제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등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복지 모델을 일컫는 '노르딕(Nordic) 모델'이 최근 한국사회의 미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만 해도 이들 3개 국 중 가장 가난했지만 지금은 다른 두 나라 못지않은 선진적 사회복지국가의 길을 걷고 있는 핀란드는 어떻게 성공의 문에 들어섰을까.
사회정책, 문화와 교육, 시민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핀란드의 성공 요인을 하나하나분석한 책<핀란드 경쟁력 100> 이 얼마 전 국내 번역출간돼 화제가 됐다. 이 책을 함께 엮은 일까 따이팔레(68), 바뿌 따이팔레(70) 부부가 방한, 12일 주한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따이팔레 부부는 "핀란드의 성공 신화는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합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핀란드>
가령 지난 핀란드 대선에서 보수정당들이 "우리는 노동자들의 사회복지를 위한 정당"이라고 정책기조를 밝히자 진보정당들이 "그것은 우리의 기조인데 당신들이 가로채면 되느냐"고 항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를 내세우면 '좌파'로 매도당하는 우리사회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는 쉽지 않았다. 핀란드는 1917~18년 좌우 내전을 겪었고, 1930년대말까지 연이은 파업으로 사회적 혼란이 계속됐다. 1939년 소련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치르면서 비로소 좌우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의사 출신인 일까 따이팔레는 3선 의원을 지냈고 보건사회부 행정차관을 역임했다. 부인인 바뿌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다. 일까는 알코올중독자나 독거인들을 위한 정책에, 바뿌는 남녀평등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국을 두번째 방문한 일까는 "한국사회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출산율 저하는 여성들에게 일과 양육을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들 부부는 또 "핀란드의 사회복지제도는 영국과 스웨덴의 것을 모방했지만, 모든 기업과 관공서가 여성들을 위해 탁아ㆍ보육 시설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보육 시스템은 영국과 스웨덴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인구 5,000만인 한국이 과연 인구 500만 남짓한 핀란드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문제는 없을까. 따이팔레 부부는 "모든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고 이를 적용하는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들이 탈락하지 않도록 한다는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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