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1985년 이후 미국 명문 사립대인 예일대 기금을 성공적으로 운영, ‘기금 업계의 워런 버핏’으로도 불리는 데이비드 스웬슨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의 한국 증시에 대한 평가다.
스웬슨 CIO는 12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럼에서 “아시아에는 아직도 많은 투자 기회가 있으며, 예일대 역시 한국에 상당 액수를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 기금은 85년 15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스웬슨 CIO가 눈부신 실적(연 평균 16.3%)을 내면서 지난해 9월에는 그 규모가 163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스웬슨 CIO는 지난 25년간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을 ‘예일 모델’에서 찾는다. 주식 뿐 아니라 채권, 사모펀드, 부동산 등으로 폭넓게 자산을 분산시키면서도, 투자 비중을 현금, 채권과 같은 저수익 자산보다는 주식 중심으로 운용한 것이 고수익의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위기로 지난해에는 손실을 입었으나, 자산배분의 실패로는 볼 수 없다”도 강조했다.
스웬슨 CIO는 전세계 증시에 걸쳐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 관련, “버블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느 정도 투기적 성향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요컨대 우량기업보다 위험이 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점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우량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저평가된 우량기업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역발상 투자’를 강조했다. 또 고수익을 좇아 몰려다니는 투자행태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가격이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라’는 원칙도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당시에도 상위 10위권의 뮤추얼펀드가 연평균 1.5%씩 수익을 낸 반면, 펀드 투자자들은 원금의 70%를 까먹었다”며 “IT주가 상투 수준까지 오른 99년 이후 뒤늦게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웬슨 CIO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데 있어 개인과 기관의 구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도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종목을 분산시키고 주식 중심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일대 기금 운용 방향에 대해선 “앞으로 2년간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 실물자산, 부동산, 원목, 석유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