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학교는 생산력이 뛰어난 공장에 불과합니다. 위대한 학교는 학생으로 하여금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끕니다."
영국의 명문 사립고인 이튼 칼리지의 토니 리틀(사진) 교장이 12일 올해 문을 연 자립형사립고 서울 하나고를 방문했다. 전교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그는 시종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나고의 초청으로 이튼 칼리지의 한국계 학생 5명과 함께 방한한 리틀 교장은 "도전 정신과 전통, 사람과의 관계성을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렇게하려면 학생들에게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학교별 등수를 매기는 영국 정부의 교육 정책을 거부한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성적순에 따른 학교 순위표가 전인 교육을 망치고, '시험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것이 그의 교육 철학이다.
리틀 교장은 "이튼 칼리지의 학생들은 매주 화ㆍ목ㆍ토요일은 점심 식사 이후 교과 수업을 받지 않고 원하는 활동을 스스로 선택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녁 식사 이후엔 자기주도 학습과 기숙사 정리 시간을 갖는 등 모든 교육 과정에서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헨리 6세때인 1440년 설립돼 5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튼 칼리지는 18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했으며 졸업생 중 50~60%가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한편 리틀 교장은 교원평가제 등 한국의 교육 현안과 관련,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의 하나로 교원평가제를 활용해야 한다"며 "교원 평가를 보수와 직위에 연계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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