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 2세로는 처음으로 거주국 정부가 임명하는 해외 주재 대사가 배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호주의 한국계 교포인 제임스 최(39ㆍ한국명 최 웅)씨가 주인공이다.
스티븐 스미스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최씨를 주(駐) 덴마크 호주대사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6일 부임지로 출국해 코펜하겐에 도착한 최 대사는 주 아이슬랜드 대사도 겸직한다.
한인 동포가 현지 정부의 고위 공직에 오른 경우는 있지만, 그 나라를 대표하는 고위 외교사절이 된 예는 처음이다. 호주 한인회 관계자는 "50년 호주 한인 이민사의 설움과 노고를 일거에 씻어준 쾌거로, 최 대사는 현지 후손들의 자랑스러운 롤모델(role-model)이 됐다"며 반겼다.
1970년 한국에서 출생한 최 대사는 4살 때인 74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시드니에 정착했다. 육군 항공대 소령 출신인 그의 부친 최종범(71)씨가 호주 회사의 헬기 조종사 초청을 받은 거였다. 하지만 취업 직후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최씨 부부는 공장에서 일하는 등 험난한 초기 이민생활을 겪어야 했다. 당시 호주 교민은 파월 기술자로 일하다 온 사람들과 유학생, 공관원을 합쳐 수백 명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최씨 부부는 '자식들만큼은 이 땅에서 설움 받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며 교육에 열성을 쏟았고,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최 대사는 시드니 명문고교인 시드니테크니컬하이스쿨을 거쳐 시드니대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뒤 94년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외교관시험에 합격, 호주 외교부에 들어갔다. 동기생 가운데 동양인은 최씨와 인도인 1명 등 2명 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95년 주한 호주대사관 3등 서기관,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관을 비롯, 호주 외교통상부와 연방 총리실에서 근무를 해 온 정통 외교관. 부모로부터 한국어를 배워 우리말도 유창하다.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대사 특별보좌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 정부의 공무원으로 한국에 왔지만, 한국인 부모를 두고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라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더 많이 익혀 양국의 친선관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누나인 현(42)씨는 시드니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 대사의 어머니 배진옥씨는 12일 호주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견하고 고맙고, 한인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민 온 70년대만 하더라도 호주의 백호주의 경향이 여전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렇게 잘 성장해준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백호주의는 19세기 말부터 본격화한 호주의 비(非)백인 이민제한정책으로, 1975년 인종차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이민 인종정책은 공식적으로는 불법화됐다.
시드니= 호주한국일보 고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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