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5.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정부 예상치(5.0% 안팎)를 웃도는 수준으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한은은 수정 전망치의 근거로 세계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수출이 늘고, 국내 소비와 설비투자 등 민간 부문의 자생력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은의 전망치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 직후 연간 전망치를 올려 잡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취임 일성으로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강조하면서 경제상황 인식에서 정부와 눈높이를 맞춰 온 만큼 전망치 상향 조정은 시간문제였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정 전망치에 환호하기에는 국내외의 불확실 요인이 너무 많다. 우선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환율이 올해는 수출경쟁력을 갉아먹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기업들의 고용 증대로 당초 전망보다 7만 명 많은 24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나, 성장의 고용 창출력이 갈수록 떨어져 달성 여부를 점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한은과 민간연구기관 모두 올해 성장률 흐름을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예상하는 만큼 고용회복세가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이다. 재정의 상반기 집중 집행으로 정부의 고용창출 효과는 하반기로 갈수록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경기의 하방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린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가 성장에 집착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시장 개입 등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게 문제다.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성장 제일주의가 낳은 후유증을 치유할 숙제를 안고 있다. 전망치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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