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빠른 고령화 사회 진입과 출산율 저하로 인한 국가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다.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려온 IT 산업에 이어 미래를 주도할 산업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 증진을 위한 새로운 수요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최근 BT(Bio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 NT(Nano Technology)가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건강, 즉 HT(Health Technology)가 융합한 HINT가 새로운 성과를 창출할 분야로 주목되고 있다. 특히 BT 기술의 성과가 생물학적 효과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의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 생물학적 변화가 항상 인간의 건강상의 변화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건강상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양의 크기가 줄었다 해서 환자의 생존기간이나 삶의 질이 반드시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물학적 지표보다 환자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중요하다.
올해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서 전문가의 평가와 일반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 10대 미래 유망기술에는 의료 관련 기술이 3가지, 넓게는 4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유니버설 백신, 간병도우미 로봇, 헬스 케어 시스템, 그리고 ‘입는 컴퓨터’가 그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HT를 통해 개인의 특성과 신념, 그리고 건강상 위험요인과 질병상태에 맞춰 개인화한 건강관리와 진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성숙된 디지털과 네트워크에 의한 IT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분야의 우수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한 HT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좋은 여건이다. 구체적인 실생활과 실질적인 수요를 잘 이해하고, 기술이 지닌 건강상 의미와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보건의료 서비스가 지닌 고도의 전문성과 공급 주체의 배타성과 건강보험이라는 공급시스템의 제도적인 제한에 비춰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새로운 분야의 연구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작 융합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정부는 의료인력이 건강관련 산업에 참여하여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고 연구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투자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성공과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보건의료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미래의 한국을 위한 당연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에게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넘어서 국민의 건강과 신성장 동력의 창출을 책임짐으로써 국익에 기여하도록 하는 대승적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비전과 함께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HINT의 최적의 융합을 이끌 수 있는 열정과 리더십 그리고 파트너십의 성공을 절실히 갈망한다. 이제 건강 증진에서부터 질병 예방, 조기 진단과 치료, 그리고 재활과 노화 관리에 이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신성장 동력의 창출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에 이바지 할 수 있는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는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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