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는 박호성(36)씨 부부. 해외 유학중에 만난 이들은 최근 차를 한대 더 구입했다. 그것도 수입차로. 맞벌이를 하는 부인(34)이 지난해부터 차구입을 강력하게 원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국산 중고차 구입을 고려했다. 하지만 부인은 3,000만원대 수입차를 원했다. ‘이왕이면 똑같은 국산차 보다는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차가 낫다’고 주장한 것이다. 4년째 국산 중형차를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결국 ‘도로위의 판박이는 싫다’는 부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고가차 위주였던 국내 수입차 시장이 3,000~4,000만원대 대중차 중심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도 승용차 위주의 대중차 공급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로 차종을 다양화하는 등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수요자 측면에서 구매연령대가 50~60대에서 30~40대로 확대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이들 30~40대는 아직 고가 수입차를 살 경제적 기반은 약하지만 해외 유학, 연수 등에서 수입차를 경험해 본 이들이다. 공급측면에서는 차급별로 국산차와 500만원 내외밖에 가격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5개 완성차가 내놓는 모델로는 30~40대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30~40대가 선호하는 SUV를 3,000~4,000만원대에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매락이다.
대중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곳은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는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 차량에 등극했다. 전체 판매량에서도 폴크스바겐은 1,006대를 판매, 2개월 연속 2위 브랜드를 지켰다. 3월 판매량에 있어 골프 외에 파사트(3월 206대)가 9위, CC(3월 158대)가 10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 2.0 TDI의 경우 연비가 리터당 17.9㎞에 달하고 해치백 스타일로 공간활용도가 높은 점이 인기 요인이다. 가장 큰 매력은 3,390만원의 가격. 현대차의 쏘나타 2.0 풀옵션(내비게이션 포함)이 2,96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400만원정도에 불과하다.
후발 업체들은 승용차 대신 SUV로 공략하고 있다. 대표 주자인 푸조는 이달 신개념 SUV 3008을 내놓았다. 이 차량은 영국의 자동차 잡지 왓카가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차, 최고의 크로스오버차량 등에 선정될 정도로 유럽에서 성능이 검증된 차다. 연비와 가격도 놀랍다. 연비가 리터당 19.5㎞로 ‘SUV는 기름을 많이 먹는다’는 상식을 뒤집었다. 가격은 3,850만원으로, 투산ix(1,870만~2,880만원), 쏘렌토R(2,465만~3,744만원)보다 비싸지만 뛰어난 개성이 이를 상쇄한다는 평가다. 특히 섬세한 여성운전자를 타깃으로 한 오밀조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우선 외양을 보자. 푸조 특유의 악어 입 모양 디자인이 돋보인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하늘을 통째로 볼 수 있는 파노라마 루프. 넓은 앞 유리에서부터 지붕까지 거의 개방형에 가깝다. 트렁크는 문을 위 아래로 열수 있도록 설계,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업체에 따르면 이 같은 설계로 골프백 5개는 충분히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 핸들 바로 아래 등 차 곳곳에 잘 보이지 않게 수납공간 10개나 자리잡고 있다.
성능도 푸조 만의 기술이 잘 구현돼 있다. 110마력의 1.6리터 HDi 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강력한 파워는 아니지만 실생활에 적합한 성능이라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1.6 HDi엔진은 푸조의 독특한 변속기, 6단 전자 제어형 기어시스템(MCP)와 만나 위력을 발휘한다. MCP는 수동변속기 구조지만 변속은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비에서 강점을 갖는다. 3008에는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도 장착됐다.
예약 후 2달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업체는 5월께 2.0 디젤엔진 모델과 일반 자동변속기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일본 업체로는 ‘가격인하’를 무기로 권토중래를 노리는 미쓰비시가 있다. 미쓰비시는 지난주 SUV 뉴 아웃랜더를 출시했는데 3.0모델은 기존보다 400만원 내린 4,090만원에 2.4모델은 800만원 내린 3,69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놨다. 뉴 아웃랜더는 경량 알루미늄루프를 적용, 무게 중심을 낮춰 SUV의 단점인 흔들림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풍부한 안전 및 편의사양도 뉴 아웃랜더의 강점이다. 사이드에어백과 커튼에어백, 차체자세제어장치(ASC) 등 다양한 장치를 적용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선정 ‘2009 가장 안전한 차’에 선정될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된 차다.
이처럼 승용차는 물론 SUV까지 대중 수입차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프리미엄급이 주도하던 시장이 프리미엄급과 대중 브랜드로 급격하게 양분화하면서 그 규모가 커질 것”예상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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