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한명숙 무죄."
9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오후 2시에 시작된 선고공판이 조금은 지루하게 1시간30분여 지났다. 마침내 재판부가 유무죄가 갈리는 주문을 읽는 순간 법정은 긴장의 도가니였다. 이어 형사27부 김형두 재판장의 '무죄'가 떨어지자, 법정은 환호와 침묵이 교차했다. 고개를 숙인 채 긴장을 풀지 못하던 한 전 총리는 일어나 변호인들에게 "수고 많았다"며 악수를 건넸다. 방청석을 쳐다보며 미소 짓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법정은 물론 밖에서 녹색 손수건을 목에 두른 지지자들은 "한명숙 만세"를 외쳤다. 맞은편 검찰석의 검사들은 얼굴이 굳어져 대조를 이뤘다. 한 수사검사는 물컵을 들이킨 뒤 한동안 법정 바닥을 우두커니 응시했다.
법정을 나온 한 전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진실이 밝혀졌다"며 소회를 밝혔다. 새로운 불법자금 수수의혹에 대해선 "한명숙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며 "끝까지 싸워서 다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동행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등은 손에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 한 송이씩을 들고 있었다.
이 시각 대검찰청에선 김준규 총장 주재로 간부회의가 긴급 소집돼 무거운 침묵 속에 2시간여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격앙된 반응과 우려를 나타냈고,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이례적으로 기자실로 내려와 판결 부당성을 브리핑했다.
법정은 공판 30분 전부터 뜨거웠다. 100여 좌석은 물론, 통로와 법정 밖 복도까지 한 전 총리 지지자와 반대자 200명이 뒤섞였다. 긴장감이 높아지자 법원은 경위 20명을 배치하고, 법정에 칸막이를 설치해 재판부 등이 있는 법대 쪽으로 이동하려는 방청객을 차단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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