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외국인의 매수에 힘입어 오르고 있다. 이것이 좋은 일인가. 주식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물론 좋다. 직접 가진 사람은 물론이고 연금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진 사람에게도 그렇다. 결국 외국인 덕분에 한국인도 부자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주가 상승이 경제 전체로 보아 소득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렇게 될 '소지'는 있다. 주가 상승은 투자된 자산이 시장에서 평가되는 금액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이 투자를 늘려서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주가 오르면 덩달아 부자 된 듯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교과서적 논리가 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97년 위기 후 전면적 구조조정 덕분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투자는 오히려 부진한 것이다.
더욱이 외국인 매수에 따른 주가 상승은 결국 국민소득을 줄일 여지를 안고 있다. 당장 외국인이 배당을 받아 가면 국민소득을 낮추게 된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 차익을 남겨서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받을 배당을 한꺼번에 받고 나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의 국민소득을 줄이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의 매수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바로 그렇게 국민소득을 줄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인을 부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하게 만들 소지가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97년 위기 이후의 패턴이 다시 시작된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등 모든 단기자본거래에 해당된다. 그러면 그 동안 외국인의 수익이 한국의 국민소득을 어느 정도 줄였는가. 유감스럽게도 자료가 없다. 이것은 주식에 대한 배당이나 채권에 대한 이자는 투자소득으로서 국민계정에 잡히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거래차익은 자본거래로 취급해서 국민계정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단 미실현 이익을 포함한 외국인의 수익 자체에 대한 계산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은 2001~2009년간 주식과 채권 등 단기자본 거래에서 배당, 이자와 차익을 합쳐 3,200여억 달러를 벌었다. 그 중 일부는 실현되었고 일부는 미실현이다. 그러나 미실현 이익도 언젠가는 결국 실현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그만큼 한국의 국민소득을 낮추는 잠재적 조건이다.
물론 이것은 한 쪽만 본 것이다. 97년 위기 후 한국도 외국에 투자하여 배당 이자 차익을 얻었다. 그러나 한국의 해외투자는 절반이 외화준비금이다. 외화준비금은 미국 재무부증권 같은 유동자산으로 금리가 형편없이 낮다. 이처럼 저금리로 외화준비금을 많이 쌓아야 하는 이유는 단기자본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아도 외화준비금은 있어야 한다. 이런 것과 한국이 해외투자에서 거둔 수익을 모두 고려했을 때 2001~9년간 외국인이 한국에서 거둔 이익은 한국이 해외에서 거둔 이익보다 약 1,900억 달러 많다. 그리고 2001년 이전에도 그런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에 결국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국제적 단기자본거래에서 '잃은' 돈은 약 2,000억달러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97년 위기 때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이 강제로 단기자본시장을 열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지난 10여년간 외국인의 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한국인도 같이 '부자'가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난'해지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손익 냉철하게 따져봐야
이제 세계적 거버넌스를 다시 짜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마당에 한국도 이런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브라질과 대만도 단기자본 유입을 통제하는데, 한국이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97년 위기 이후 잃어버리다시피 한 자신의 손익을 냉철하게 따져 보는 능력을 되찾아야 할 것 같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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