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은 민간자생력 회복 이후"라는 취지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발언(9일 기자간담회) 이후 시장에선 '저금리시대의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은행 예ㆍ적금의 실질금리는 제로수준에 근접하고, 주식시장에선 펀드런(대량환매) 행렬이 이어지고, 부동산은 대세하락이 점쳐지는 등 어딜 둘러봐도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과연 저금리시대에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상은 뭘까.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은행 재테크팀장들로부터 3가지 재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주가연계상품
전문가들은 저금리시대를 이겨낼 최고 유망투자처로 단연 주가연계 상품을 꼽는다. 구체적으로 주가연계예금(ELD)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 등이 있다. 이들은 코스피지수나 특정종목 주가와 연동해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은행이 판매하는 ELD는 원금보장이 되고 예금자보호가 되는 반면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나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ELF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고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
특히 3개 상품 모두 지수나 주가가 일정 밴드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변동성 장세에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급상승하거나 급락할 경우는 ELD는 수익율이 예금 이자보다 낮고, ELD나 ELF는 원금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다만 ELS나 ELF의 경우도 최근 발행사가 원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WM사업부 부장은 "향후 주식시장은 크게 내리지도 그렇다고 크게 오르지도 않은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적 투자자라면 ELD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도 "주식시장이 당분간 소폭의 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자산의 30% 가량을 ELD와 원금보장형 ELS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가치주 및 원자재펀드
아무리 펀드런이 이어져도, 투자기간을 3년 이상으로 생각하는 장기 투자자라면 펀드를 외면해선 곤란하다. 공성율 국민은행 PB팀장은 "최근 펀드환매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며 "오히려 지금 같은 조정기를 활용해 자금을 추가 불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펀드는 가치주와 원자재 관련 펀드들. 김인응 팀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많이 올랐지만 실제 상승은 일부 성장 우량주에 국한돼 있었다"며 "여전히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기업이 많은 만큼 향후에는 가치주를 편입한 펀드가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팀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자산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 오를 것이다"며 "실물 자산가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원자재관련 펀드에 관심을 둘만 하다"고 설명했다.
예금은 초단기와 초장기로 양분
실질금리 제로시대지만 그래도 예금을 해야겠다면, 3개월이나 6개월 등 단기상품에 가입할 것을 조언했다. 김인응 팀장은 "현재 예금 상품은 단기적으로 금리 수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투자를 위한 안정적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예금은 1년 이내로 한정 하되 예금의 30%는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 넣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후를 위한 재테크라면 예금보다 투자형 틈새 상품을 노릴 것을 권했다. 이관석 팀장은"장기적으로 절대 금리만 보면 은행 예금 상품보다는 저축성 보험이 유리할 수 있다"며 "현재 10년 고정 저축성 보험의 경우 확정 금리 수준이 4.65~4.85%에 이르러 은행권 10년 평균 예금금리인 4%초반보다 높고,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예금 자산 중 일부로 편입할 만 하다"고 말했다.
공성율 팀장은 "일부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08년 말 은행들이 발행한 고금리 후순위채권을 내놓고 있다"며 "이를 양도받을 경우 4~5년 이상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금리 생활자들에게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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