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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로 다섯 째 아이, 하늘의 선물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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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로 다섯 째 아이, 하늘의 선물인걸요"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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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에 사는 여현정(33)씨가 지난 달 31일 다섯 째 아이를 출산했다. 여씨는 이번에도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의 다섯 번째 제왕절개 수술이었다. 산모도, 3.7㎏의 튼실한 사내아이도 건강했다.

지난 8일 건강검진차 남편 배원경(36)씨와 함께 병원에 들른 여씨는 품에 안은 아기를 자랑하듯 보여주며 "정말 순하고 예뻐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요"라며 뿌듯해했고, 남편 배씨도 "막내를 처음 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제왕절개로 다섯 아이를 출산하는 일은 아직 관련 학회에 공식 보고된 바가 없을 정도로 이례적인 경우다. 제왕절개 수술을 거듭하게 되면 과다 출혈과 감염, 마취사고 등 수술 일반의 위험 외에 수술 부위를 중심으로 자궁이 얇아져 파열 가능성이 높고 방광ㆍ대장ㆍ소장 등 주변 장기와 유착될 확률도 높아진다. 유착은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제왕절개 출산은 2,3차례를 넘기는 예가 드물다. 여씨의 주치의인 경기 일산 동원산부인과 김상현(60) 원장도 27년간 산부인과 전문의로 지내는 동안 다섯 번째 제왕절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수술을 조금 망설이기도 했다"고 뒤늦게 털어놨는데, 정작 여씨는 "넷째까지 낳아서 그랬는지, 하나 더 낳아도 별 무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9년 만삭이던 여씨는 초산 예정일이 지나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유도분만을 시도했다고 한다. "갑자기 양수가 터지면서 상황이 어려워져 불가피해가 제왕절개 분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맡아들이 태어났고, 2년 뒤 딸이 나왔다. 부부의 자녀계획이 달성된 셈이었다. 그러다 어쩌다 또 아이가 생겼고…, 이 번에 다섯째 막내(?)가 태어난 것이다. "아이를 가질 때마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하늘이 준 선물인걸요.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앙의 영향이냐고 물었더니 부부는 동시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태아도 생명인데…."

대신 부부의 어깨가 훨씬 무거워져 갔다. 중소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남편 배씨는 "제 월급으로 다섯 아이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더 열심히 살아야죠." 그렇게 말해주는 남편이 고맙고 믿음직했던 듯 여씨는 빙긋이 웃었고, 그런 여씨를 쳐다보며 배씨는 "제 회사에서 '애국자'라며 출산 특별상여금을 주신대요"라고 말했다. 한국 여성 한 명이 생애 동안 낳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1.15명(2009년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섯째도 생기면 낳으시겠다고 넌지시 묻자 배씨는 "제가 (정관)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라며 웃었다. 부부는 막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행복한 고민을 나누며 병원을 나섰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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