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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후변화·화석연료 후폭풍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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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기후변화·화석연료 후폭풍이 온다

입력
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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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없는 세상/헨리 폴락 지음ㆍ선세갑 옮김/추수밭 발행ㆍ328쪽ㆍ1만3,800원

미래에서 온 편지/리처드 하인버그 지음ㆍ송광섭 등 옮김/부키 발행ㆍ276쪽ㆍ1만4,000원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똑같은 문구를 두 출판사의 편집자가 제각기 표지에 넣었다. 화석연료 사용이 초래할 지구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다. 가까운 미래에 필경 닥쳐올 위기를 조목조목 예견하고 있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했음에도 묵시록의 예언처럼 분위기가 섬?하다. 그러나 워낙 여러 차례 반복된 '경고'인 탓인지 책에 담긴 충격적 사실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둔하다. 환경 위기를 다루는 책이 풀어야 할 숙제인 듯하다.

<얼음 없는 세상> 은 얼음을 매개 삼아 기후변화의 후폭풍을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환경기구 IPCC(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의 핵심 멤버인 헨리 폴락. 미시간대 지구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40여년 동안 극지역의 환경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이 책에서 그가 보여주는 것은 '얼음과 지구의 절묘한 지질학적 관계'인데, 이 관계가 어그러지며 파생하는 현상들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이 책은 측정된 데이터에서 과학적 언술을 귀납하는 자연과학의 기술법과 다른 색채를 띤다. "인간이 지구를 보금자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0만년 전이지만, 얼음은 수십억년 동안 지구의 일부였다"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역사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극지를 정복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아문센과 섀클턴 이야기, 북극과 남극으로 몰려드는 관광객의 이야기를 전하는 대목에서는 인문학자의 시선도 느껴진다.

그러나 책의 뼈대는 얼음이 사라져 버린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고다. 저자는 쇄빙선이 필요 없게 된 북극해의 오늘날부터 산악지방의 빙하가 모두 사라져 온실가스가 450ppm에 이르게 될 2030년까지를 심각한 톤으로 이야기한다. 물 부족, 그리고 동시에 진행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지대 사람들의 난민화 등 온난화로 인한 파국을 얼음을 키워드로 하나씩 짚어나간다. 저자는 "우리에겐 지속가능성이란 새로운 바다로 나갈 항해 지도가 필요하다"며 "실용적인 현실주의자가 될 것"을 현 시대 인류에게 당부한다.

<미래에서 온 편지> 의 키워드는 화석연료다. 생태주의자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리처드 하인버그 미국 캘리포니아 뉴칼리지 교수가 쓴 이 책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대 문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 또한 과학뿐 아니라 문화, 생태 등 여러 분과를 넘나들며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가 '문화적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30년 안에 지구가 석유 정점(Peak Oil)을 통과할 것이며, 이 시기가 지나면 현재의 '값싼 물질적 풍요'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는 "자원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이 불가피하게 황혼기로 들어섰고 이로 인해 인간은 전반적인 사회적 쇠퇴기에 이르렀다"며 "사회를 지혜롭게 축소하고 단순화할 것인가, 아니면 통제되지 않는 혼돈의 방식으로 축소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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