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당국 및 공기업 소유 부동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단계적 대응을 한다는 기조를 세웠다.
정부 당국자는 9일 "북한의 이번 발표는 일종의 정치공세"라며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측이 취하는 조치의 수준과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 방침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전날 북한의 언급이 동결'선포'이지 동결'이행'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은 동결키로 한 시설물의 관리인력을 추방하는 등의 구체적 조치를 이날까지 취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사업 전면 재검토' 운운도 아직은 엄포성 발언에 가깝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지금까지 금강산 문제에서 자신의 카드를 여러 개로 쪼갠 뒤 차례로 사용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왔듯이 앞으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당국자는 "사실 관리인력 추방의 경우 북한이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 소유 이산가족면회소와 한국관광공사 소유 시설물의 경우 현대아산이 위탁 관리하고 있어서 이들 시설물 관리인력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현대아산 인력을 추방해야 한다. 이 경우 북한으로서는 관광사업자 추방이라는 최후카드까지 모두 소진하는 셈이어서 당장 실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특히 정부의 절제된 대응 기조는 천안함 침몰 사고, 남북관계 전반 등을 염두에 두고 나온 듯하다. 자칫 금강산 문제에서 섣불리 대응할 경우 천안함 사고 대처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고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침몰 사고 조사에서 북한의 연루가 물증으로 확인된다면 금강산 문제 대응은 천안함 사고 대처라는 큰 구도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대화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동결 문제를 다루기 위한 당국간 회담을 서둘러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재산권이 훼손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북한 조선적십자사에 전통문을 보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동결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하겠다는 북측 선언에 대해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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