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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집 '프로테우스의 탈주' 낸 우찬제/ '접속 세대'의 한국문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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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집 '프로테우스의 탈주' 낸 우찬제/ '접속 세대'의 한국문학을 말하다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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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미디어의 특징을 체득한 '접속 세대'들이 일군 2000년대 문학 또한 변화무쌍한 상상력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우찬제(48ㆍ서강대 교수)씨가 '접속'을 열쇳말 삼아 2000년대 첫 10년의 한국문학을 조망한 비평집 <프로테우스의 탈주> (문학과지성사 발행)를 펴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해신(海神) 프로테우스의 엄청난 변신 능력을 2000년대 문학의 특질에 빗댄 제목이다.

우씨는 미국 사회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 에서 밝힌 '접속의 시대'의 특징을 분석틀로 삼아 한국문학을 조망하면서 김영하, 박민규, 김경욱, 윤이형, 김미월, 김애란, 정한아, 한유주 등 '접속 세대' 작가들을 분석한다. 작품을 하나의 완결된 세계로 대하는 내재적 분석이 근래 한국 문학비평의 주종을 이루는 상황에서, 미디어와 문학의 길항 관계를 따져보는 문학사회학적 비평을 드물게 시도한 셈이다. 이는 1990년대 초 PC통신 기반의 '하이텔문학관'을 개설, 일찌감치 온라인 창작 공간의 원형을 제시했던 우씨에게 맞춤한 비평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접속 세대 작가들은 기성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창출한다"고 지적한다. 이전 세대의 문학에선 개별 사건들이 선후ㆍ인과 관계의 틀 속에 짜맞춰져 의미화되는데 반해, 접속 세대들은 전통적 맥락에서 벗어나 파편적 사건들을 겹쳐놓는 방식으로 의미를 만든다는 것.

'최소주의 서사'도 새로운 문학적 동향을 짚는 그의 조어(造語)다. "80년대 거대담론의 격변기엔 한 사람의 경험과 발언이 큰 공감을 일으켜 사회를 움직였다. 하지만 공감의 폭이 좁은 접속 시대의 작가들은 미시적 이야기에 개성있는 통찰력과 감수성을 담아낸다." 최근 들어 자기 세대의 궁핍한 경험을 표현하는 젊은 작가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자신의 문제를 공동 관심사로 퍼뜨리려는 의지가 적다"는 것이다.

그가 접속 세대의 새로운 미학에 마냥 찬사를 보내는 건 아니다. 그는 "한 줄씩 읽을 땐 그럴 듯한데 합쳐 놓으면 당최 의미가 성립되지 않는 시, 사건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이야기가 형성되지 않는 소설이 종종 눈에 띈다"며 "거짓과 사이비 포즈가 좋은 문학인 양 포장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등단 반 년밖에 안 된 작가가 작품집 출간 계약을 네 건이나 맺는 걸 보고 놀랐다"며 "최근 거세진 문학상업주의에 휩쓸린다면 일찌감치 재능을 소진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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