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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꽃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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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꽃차례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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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꽃이 피면 기침이 오지

오래된 내 몸뚱이의 관습

그맘때 한 이별이 있었지

허리를 쥐며느리처럼이나 굽히고

쇤 기침을 쏟고 나면 이른 노을이 잔칫집 같았지

조팝꽃이 지나가면 모란이 오지

자줏빛 옛이야기 같은 모란이 오지

이마 뜨거운 이 있을 거야

혼이라도 가슴 싸늘한 이 있을 거야

모란을 보면서 미워한 이가 있었거든

허나 모란은 일찍 지는 꽃

어느 아침 나는 서운히 서서

모란이 있던 허공 언저리를 더듬어보지

점잖은 호수와도 같이

후회는 맑고

꽃이 피고 지는 사이

모든 후회는 맑아

다시 한 차례 살아오르는

꽃 소식

● 봄꽃을 기다리는 일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이유는 빠르든 늦든 꽃들은 반드시 피기 때문이겠죠. 사랑하는 사람의 속삭임을 내년에도 내가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건 알 수 없지요. 내일 비가 올지 안 올지 그것도 지금 알긴 힘들죠. 하지만 이번 주에 내가 매일 지나가는 거리의 벚꽃이 반드시 피리라는 건 분명해요. 그것만으로도 봄꽃은 피어나는 보람이 있을 겁니다. 해마다 꽃은 피고 또 지고, 그럼에도 가고 또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꽃소식에 후회는 정말 맑기만 하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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