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국내 최초 서양식 병원 '제중원' 창립125주년 기념행사에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구한말 선교사로 와 40년 가까이 국내에 머물며 제중원 4대 원장(1893~1925)을 지낸 올리버 R. 에비슨 박사의 후손이자 한국에서 입양된 로빈 E. 밀란손(26)씨가 주인공.
1984년 12월, 생후 3개월이던 밀란손씨는 조병국(77) 홀트일산복지타운 원장의 주선으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로 입양됐다. 그런데 그를 입양한 양어머니 밀란손 여사가 다름아닌 올리버 R. 에비슨 박사의 증손녀였던 것이다. 함께 입국한 밀란손 여사는 이날 "증조부가 평생을 바쳐 일했던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다"고 입양 계기를 밝혔다.
밀란손씨와 조 원장의 인연도 남다르다. 이날 행사에서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조 원장은 "내가 세브란스 의학교를 다닐 때 에빈슨씨의 아들이 나를 치료해 준 적도 있는데, 내가 그 집으로 아이를 보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고, 밀란손씨도 조 원장의 손을 맞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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