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영 지음/푸른숲 발행ㆍ276쪽ㆍ1만2,000원
서울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김원영(28)씨는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이란 희귀병으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열다섯 살 때까지 집과 병원밖에 몰랐던 그는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특수학교 중학부, 일반계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는 스무평 남짓한 시골집에서 두 팔로 기어다니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그가 세상과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지금에 이르게 된 과정의 기록이다. 나는>
열다섯 살에 재활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자신 이외의 다른 장애인들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꼈던 그는 차차 장애인으로서의 삶에 익숙해갔다. "장애인들이 천사니 뭐니 하는 세상 사람들의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며, 일반인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재활학교에서 그는 공부와 친구들과의 우정, 연극 등을 통해 차츰 세상을 알게 됐다.
자신이 생각보다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용기를 내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특수'의 세계에서 '일반'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그는 무엇이든 잘하고 어떤 모욕에도 쿨한 '슈퍼장애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친구들의 도움 없이 혼자 버스를 타고,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치열한 학창생활을 보냈다.
서울대에 입학한 뒤 그는 장애인 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남들이 선망하는 학교에 다니지만 그는 스스로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으로 다른 장애인들을 위한 '희망의 증거'가 될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다. 일반인들처럼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하고, 성공을 하고, 멸시와 모욕에 끓어오르는 분노와 열정을 가진 뜨거운 인간이 되고 싶다고 한다.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장애인이 헬렌 켈러나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으며, '쿨하기보다는 뜨거운 존재가 되어'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가 그려놓은 이상적인 장애인 상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내적인 욕구에 따라 살고 싶어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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