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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금성 탐사위성 발사… 日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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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금성 탐사위성 발사… 日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가다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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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강국 '열도의 꿈' 파도 치는 전진기지

일본 규수(九州) 남단 가고시마(鹿兒島)현 남쪽 바다를 30분 날면 다네가시마(種子島)라는 남북으로 길쭉한 섬을 만난다. 인근 야쿠시마(屋久島)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애니메이션의 무대로, 일본 첫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각광 받으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다네가시마는 언뜻 한적한 어촌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다네가시마는 6,800개가 넘는 열도의 어느 곳보다 일본에게 소중한 섬이다. 일본 우주개발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자력으로 인공위성 탑재 로켓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과 인연도 적지 않다. 내년에 이 우주센터에서 정밀지상관측 등을 위한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가 발사되기 때문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안내를 받아 8일 찾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는 한 달 여 뒤 '이벤트'를 앞두고 숨 고르기 중이었다. 5월 18일 금성탐사위성 '아카쓰키(PLANET-C)' 등 6기의 위성을 실은 H-ⅡA 로켓 발사가 예정돼 있다. 아카쓰키는 지난 달 우주센터에 도착해 이미 조립을 시작했다. 발사를 앞두고 평소 400여명이던 직원도 곧 700여명으로 불어난다.

이번 발사가 17호기인 H-ⅡA는 해마다 3, 4회 실시되는 일본의 인공위성 발사를 전담하다시피하는 주력 대형 로켓이다. 일본이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것은 1970년. 옛 소련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번째다. 쏘아 올린 인공위성 숫자로는 현재 세계 3위다.

일본이 짧은 기간에 당당히 우주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구 개발과 부품 완전 국산화를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주개발에 대한 "정치적인 결단은 부족했지만" 그 빈 틈을 정부보다 우주연구에 먼저 불타오른 대학 연구실이 메워주었다. 대형 로켓의 기술 이전이 쉽지 않자 1984년에는 국민운동처럼 순국산 H-Ⅱ 로켓 개발을 시작했다. 10년만에 성공한 국산 로켓은 당시 엔화 가치 폭등 등의 영향으로 채산성이 없어 결국 빠른 속도로 H-ⅡA 로켓 사업으로 이전하고 말았지만 소득은 적지 않았다. H-ⅡA 로켓 생산비(90억엔 안팎)를 H-Ⅱ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었던 것도 국산 기술을 보유한 덕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수년 전부터 우주개발과 상업용 위성 발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오쓰카 세이지(大塚成志) 우주센터 관리과장은 "일본이 미국과 유럽만 쳐다보는 사이 정부가 주도력을 발휘하는 중국, 인도의 성장이 괄목할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2008년 만들어진 일본의 우주기본법이다. 총리가 지휘하는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중심으로 부처간 분산된 우주개발정책을 일사분란하게 수립ㆍ집행하겠다는 뜻이다. 정책 집행을 주도하는 우주청 제안도 나오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이 법에서 일본이 그 동안 제한했던 우주의 방위 목적 이용을 해금(解禁)했다는 점이다. JAXA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방위 목적"임을 강조하지만 '공격용'이라고 공언하고 우주에 군사위성을 쏘아 올리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다네가시마는 일본 처음으로 포르투갈에서 조총을 전수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조총의 위력으로 일본은 전국시대를 마감했고 한반도 정벌의 자신감을 얻었다. '일본에서 가장 우주에 가까운 섬' 다네가시마에서 우주시대를 향한 일본의 저력과 욕망을 함께 읽는다.

다네가시마=글·사진 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사카즈메 소장

"러시아는 수년 전 소유즈 로켓 1,700기 연속 발사 성공 축하 파티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다는 이 로켓도 처음 17기를 쏘아 올려 7기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는 값진 공부가 된다. 이를 극복해야 비로소 신뢰성 높은 로켓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사카즈메 노리오(坂爪則夫ㆍ58ㆍ사진) 소장은 8일 일본, 중국, 인도가 주도하는 아시아 우주개발 경쟁에 본격으로 뛰어든 한국의 나로호 발사 실패를 결코 낙담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로켓 엔진 전문가인 그는 "일본 역시 3차례의 큰 실패를 경험했다"며 "그 중 하나가 H-Ⅱ 5호기의 2단 엔진 폭발"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위성은 계획을 수정해 저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은 했지만 "거의 실패에 가까운 발사"라고 사카즈메 소장은 평가했다.

일본은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서 오가사와라(小笠原) 앞바다 3,000미터 해저에 가라앉은 2단 추진체를 인양해 수소 펌프 주입구 날개가 부러진 것이 원인인 것을 알아 냈다. 이후 주입구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이 수도 없이 진행됐다. 사카즈메 소장은 "그 과정에서 좋은 논문이 많이 나왔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주입구 연구는 일본의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2020년 이후 로켓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데 대해 "일본은 우주개발에서 정치적인 결단이 부족했다"며 "자체 엔진을 개발하겠다면 이걸 해내고야 말겠다는 생각 아래 여러 연구자들이 장점 분야를 연구하도록 국가적인 캠페인을 벌여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우주개발 중장기 목표와 관련해서는 "유인우주선 개발을 해야 하고 현재 기술로는 예산만 뒷받침되면 10년 안에 간단히 만들 수 있다"면서도 "다른 로켓 개발에 비해 10배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떻게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2년 뒤 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는 "로켓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 세대에서 모든 것을 완성하려 하지 않고 그 꿈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그들이 실현토록 만들어야 한다"며 "젊은 연구자나 고교생, 초등학생이 그런 꿈을 갖는 것이 우주개발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다네가시마=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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