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확실히 전임 이성태 총재와는 달랐다. 9일 금융통화위원회와 이어진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을 향한 무대'에 첫 데뷔한 김 총재는 종래의 한은 스탠스와는 여러 면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우선 경제진단과 금리인상에 관한 부분. 이성태 전 총재는 실제 금리인상은 단행하지 못한 채 떠났지만, 여러 차례 현재의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장 오늘 금리를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출구전략시기가 조금씩 임박해지고 있음을 거듭 피력했다.
하지만 김중수 신임 총재는 이날 "금리인상은 민간의 자생력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리인상에 관한 한 이 전 총재가 '선제적 대응론자'라면, 김 총재는 '일단 확인하기 전까지는 행동하지 않는다'는 자세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때문에 시장에선 이날 김 총재의 발언을 두고 "상반기중 금리인상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민간의 자생력 회복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1분기의 높은 성장률은 내수보다는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부문의 기여가 컸다"면서 "하반기는 되어야 과거 장기 트렌드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회복되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에서도 전ㆍ현직 총재는 큰 차이를 드러냈다. 이 전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로 가계부채를 주저 없이 지목했다. 아직 선진국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언젠가는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얘기였다.
하지만 김 총재는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가계부채 증가는)
비교적 중상위층의 주택 구입에 따른 것이고 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더 빨리 증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발언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카드를 뽑아야 할 필요성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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