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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자 안해요" 심상찮은 펀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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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자 안해요" 심상찮은 펀드런

입력
2010.04.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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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가 점입가경이다. 3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1조8,555억원이 빠져나가더니, 4월에는 6거래일(8일 기준) 만에 벌써 2조원이 넘는 돈이 빠졌다. 펀드 환매 행렬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부터 따지면 지금까지 펀드 순유출액만 5조8,883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2003년, 2007년에 이은 세 번째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환매 발생 배경은 앞선 두 차례와 비슷하지만, 환매 욕구는 훨씬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통점 – 원금 회복형 환매

이번 펀드런에서 빠져나오는 자금 대부분이 코스피지수 1,700포인트를 넘어 2,000포인트까지 돌파했던 2007년 하반기~2008년 초 무렵에 들어갔던 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7년 '꼭지'에 들어갔다가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900선 붕괴라는 '바닥'을 찍으며 시련을 겪었던 돈들이 원금을 회복하자 빠져 나오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일 주가가 1,700선에 안착하자 펀드에서는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졌다.

지난 두 번의 펀드런 때도 유사한 패턴이었다. 코스피지수가 500까지 떨어졌다 800선을 회복한 2003년 3월~2004년 9월에 펀드 환매 행렬이 이어졌고, 1,300대의 저점을 찍고 1,500을 돌파한 2006년 12월~2007년 4월에도 펀드런이 일어났다. 2003년 첫 번째 펀드런 때는 1년 2개월간 3조9,430억원(설정액 기준), 2006년 12월~2007년 4월에는 6조346억원이 순유출됐다.

차이점 – 재투자 안 해

그러나 과거 두 차례 모두 환매가 일단락된 뒤에는 자금이 다시 들어왔던 반면 이번에는 '돌아오는 돈'이 거의 없다. 2007년 4월에는 신규 설정액(2조4,206억원)이 환매액(5조3,071억원)의 절반에 가까웠다. 하지만 펀드런이 본격화된 이번 달의 신규 설정액은 3,765억원으로 환매액(2조6,109억원)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 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올라선 뒤에는 하루 설정액이 많아야 1,000억원 수준이고 500억원에 머무는 경우도 많다. 즉, 나가는 돈은 많으나 재투자는 없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환매 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잘못된 시점에 들어와 마음 고생하던 돈이 혹독한 교육을 받고 나가는 중이며 지수가 크게 오르거나 빠지지 않는 한 환매는 계속될 것"이라며 "갈 데 없는 돈이 다시 펀드로 들어온다 해도 과거 같은 무조건적 투자가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하고 들어오는 돈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펀드 위주 환매

이번 펀드런을 주도하는 것은 설정액 5,000억원~3조원 규모의 대형 펀드다. 설정액이 3조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K-2Class A'는 230억원(2일) →252억원(5일) →109억원(6일) →185억원(7일) →238억원(8일) 등 매일 1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역시 설정액이 2조원이 넘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A)'도 5일 하루 248억원이 이탈하는 등 최근 4일간 7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주식형펀드 설정규모가 작년 말 28조5,228억에서 4월8일 현재 25조9,466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NH-CA프리미어인덱스증권투자신탁1[주식-파생형]Class C'(설정액 422억원) 등 설정액 1,000억원 안팎의 중소형 펀드에는 적은 규모지만 신규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펀드 이름이나 규모를 중시하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점차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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