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폴란드 정부 고위관계자를 태운 전용기가 러시아에서 추락,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는 충격적 비보를 맞아 옷깃을 여민다. 타계한 카친스키 대통령 부처를 비롯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주요 지도자를 한꺼번에 잃고 슬픔에 잠긴 폴란드 국민에게도 위로를 표한다.
아울러 사고 경위에 대한 신속하고 명백한 조사가 이뤄져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는 다양한 의문을 잠재우길 기대한다. 특히 이번 사고가 1940년 러시아에 의해 자행된 '카틴 숲 학살사건' 희생자 추모식 참석을 위한 러시아 방문 길에 빚어졌다는 점에서 작은 오해의 소지도 남겨서는 안 된다. 그래야 러시아와 폴란드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 동구 지역의 정세 안정은 물론 세계 평화에 부정적 여파를 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노후한 러시아제 투폴레프 여객기(TU-154)가 관제탑의 회항 지시를 거스른 채 무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가 세 차례나 실패한 끝에 네 번째 착륙 시도에서 나무에 걸려 땅에 곤두박질해 폭발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사고 경위다. 이 때문에 전용기 조종사의 과욕이 부른 참사일 가능성이 크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대통령 전용기 조종사가 무리한 착륙을 시도한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진 못했다. 다만 현장에서 블랙박스가 즉각 회수돼 구체적 사고 경위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충격과 비탄이 과도하게 감정을 증폭시키기 쉽다는 점에서 사고 경과가 밝혀질 때까지 폴란드 국민이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타계한 카친스키 대통령은 강경 민족주의자이자 반공주의자로 유명했다. 1989년 동구권 공산주의 연쇄 붕괴의 한 동인이었던 폴란드 자유노조 부위원장으로서 레흐 바웬사 위원장을 도왔고,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로는 친미ㆍ반러 정책의 선두에 서 왔다.
이 때문에 그의 타계는 폴란드와 러시아가 겪어온 불행한 과거를 일깨우기도 한다. 안팎으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안고 사는 우리의 모습도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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