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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무죄/ 법원 "곽씨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검찰에 협조적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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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무죄/ 법원 "곽씨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검찰에 협조적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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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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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곽씨의 진술을 확보하고자 '빅딜'과 '심야조사' 등의 회유 또는 강압적 방법을 이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했다. 검찰로선 수사의 진실성과 정당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재판부는 우선 곽씨가 뇌물공여 진술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다며, 검찰이 곽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을 무혐의 처분한 것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곽씨의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검찰 판단에 대해 "곽씨는 대한통운의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우월적 지위에 있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거래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곽씨가 사장 퇴임 후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도 더 이상 정보를 이용할 수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고, 차명거래로 이뤄진 점도 석연치 않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의 내사종결이 타당하더라도 기소될 입장에 처한 곽씨는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검사에게 협조적 진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검찰이나 곽씨 모두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서로 이해가 물려 있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곽씨에 대한 심야조사 문제도 지적했다. "곽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 검사는 심야조사 및 면담 등을 통해 압박하고, 곽씨에게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살기 위해서 말했다"는 등의 곽씨의 법정진술을 제시했다. 곽씨가 뇌물공여 진술을 부인한 이후(2009년11월19일)에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면담이 있었다는 점도 거론했다. "검찰은 (권오성)부장검사와의 면담이 의례적인 것이라고 하나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면담 5일 뒤 곽씨가 다시 뇌물공여 진술을 하기 시작하자 조사가 일찍 종료된 점도 "곽씨 진술의 임의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했다. 또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의 경우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한 비자금도 횡령액에 포함됐던 것과 달리, 곽씨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만 횡령으로 제한한 점은 검찰의 차별적 기소라고 비판했다. 결국, 검사가 어떤 혐의로 기소하는지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재산도 몰수ㆍ추징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곽씨로선 검찰에 적극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금품액수와 전달방식에 대해 곽씨 진술이 수시로 바뀐 사실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전혀 기억 못하는 사실도 검사가 요구하는 대로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곽씨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본인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으로 보인다"며 곽씨의 사람됨까지 지적했다.

돈 전달 장소가 공적인 장소인 오찬장이라는 점도 재판부의 의심만 증폭시켰다. 재판부는 "오찬장은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이고, 오찬 직후 공식적 경호와 의전이 촘촘히 이뤄져 돈을 전달하는 게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금품을 전달하려면 다른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더 타당하다는 얘기다. 오찬장 서랍장 등에 돈을 숨겼을 수도 있다는 검찰 추정은 서랍장 소리가 외부에서 들리고, 총리가 먼저 방을 나서는 의전 관례상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돈을 준 사실을 무조건 기정사실화한 뒤 실제로 만난 날이 오찬일 밖에 없다 보니 이상한 결과가 생긴 것 같다"고까지 언급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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