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은 선(善)일까 악(惡)일까. 혹은 약(藥)일까 독(毒)일까.
보금자리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역대 정권 부동산정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보금자리주택이지만, 건설업계에선 '보금자리 때문에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평가는 지금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양질의 주택을 싼값에 공급함으로써 서민주거안정을 돕고 부동산시장의 만성적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는 '선순환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민간아파트가 밀려나 결과적으로 시장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구축(驅逐)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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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좋은 입지(서울 강남ㆍ신도시 인접)에 ▦저렴한 가격(주변 시세 대비 50~70% 수준) ▦좋은 주택품질까지 갖췄기 때문. 실제로 모든 면에서 민간아파트와의 경쟁에서 우수하면 우수했지, 결코 뒤질게 없다.
물량도 풍부하다. 6개월에 한차례씩, 2018년까지 무려 150만가구(분양주택 70만가구, 임대주택 80만가구)나 공급된다. 이렇게 양질의 저가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는 만큼, 보금자리주택은 확실히 신규분양가와 주변시세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요즘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내리거나 할인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보금자리주택 효과"라고 말했다.
노출되는 부작용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보금자리주택으로 인해 민간아파트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 공공부문에 의한 '구축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주택협회 81개 회원사들은 지난달 계획(1만4,382가구) 대비 31.9%인 4,587가구만 분양했다. 2월엔 목표 분양치의 21.7%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 수용토지에서 공급돼 민간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는 구조"라며 "청약자들이 값싼 보금자리주택만 기다리는 탓에 민간아파트 분양은 아예 외면당하고 있으며, 특히 보금자리와 겹치는 전용 85㎡이 포함된 주택 사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정부는 민간 공급과 보금자리주택을 연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청약저축 가입자, 민간주택은 청약예ㆍ부금 가입자에게 공급되므로 수요계층이 다르다"며 보금자리주택에 의한 민간 위축설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공급과잉 가능성도 지적된다. 전반적 인구감소 추세와 1ㆍ2인 중심의 가구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은 '공급과잉'이며, 이로 인해 시장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보금자리 시범지구 청약에서도 특정지역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비인기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생기기도 했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주택이 쏟아진다면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이라 하더라도 미분양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완책 없나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의 당초 취지인 ▦집값 안정 ▦서민주거 안정 등 순기능은 살리되, 근본적으로 '민간과의 공존'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2018년까지 총 150만 가구 공급이란 애초 계획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소장은 "보금자리주택지구 선정 기준인 '도심 근접이 쉽고 그린벨트가 훼손된 수도권 입지' 자체가 한정된 데다, 매번 강남권 입지에서 공급을 쏟아낼 수도 없는 여건인 만큼 비인기 지역에선 미분양 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계획 물량에 연연하지 말고 시장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민간 주택공급도 살리고 서민용 주택도 원활히 보급되기 위해서는 현재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주택비율을 줄이고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특히 분양주택도 민간과 상당부분 중첩되는 전용 85㎡ 규모가 아닌, 민간 공급의 사각지대인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 비중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보금자리주택과 경쟁할 차별화된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고위 임원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과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한 민간 분양주택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도록 분양가상한제의 족쇄가 풀려야 한다"며 "최근 가격하락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무턱대고 분양가를 올려 받을 업체도 없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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