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인전 통합예선에서는 사상 유례 없는 '아마추어 돌풍'이 거세게 일었다. 명인전은 작년부터 국내 기전 최초로 아마추어의 프로기전 참가를 허용했는데 지난 기에는 4명이 통합예선에 출전했으나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8명 가운데 무려 5명이 2회전에 진출하면서 최철한과 조훈현 등 10여명의 프로기사가 줄줄이 중도 탈락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돌풍이 아니라 쓰나미가 덮친 셈이다.
결국 아마 랭킹 7위 박영롱이 국내 기전 사상 처음으로 통합예선 결승까지 오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원래 이 조에는 프로 랭킹 3위 최철한과 랭킹 5위 박영훈이 속해 있어 누구나 당연히 두 사람이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에 2회전에서 최철한이 박영롱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다.
하기야 얼마 전 비씨카드배서 천하의 이창호도 아마추어에게 진 적이 있으니 이제는 그리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만큼 최근 연구생을 비롯한 아마추어고수들의 기량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박영롱은 그후 최원용 이춘규를 차례로 이기고 결승까지 올라 16일 박영훈과 본선 진출을 놓고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공교롭게도 박영롱과 박영훈은 이미 구면이다. 연초 비씨카드배 64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쳐 박영훈이 이겼다. 박영롱으로서는 리턴매치인 셈이다. "한 번 겨뤄본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어렵겠지만 열심히 둬서 반드시 이기고 싶습니다." 각오가 대단하다.
만일 박영롱이 이겨서 아마추어기사가 본선에 오르게 된다면 이는 국내 기전 사상 초유의 대사건이다. 더욱이 명인전은 국내 기전 가운데 유일하게 본선을 리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일단 리그에 올라가면 최소한 다섯 판의 공식 대국이 보장되고 자신의 기보가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 실리게 된다. 프로기사들도 본선에 올라 가면 축하 인사를 받는데 하물며 아마추어가 본선리그에 오른다면 이는 엄청난 행운이자 축복이다.
1989년생인 박영롱은 2001년 8월부터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을 하다가 2008년 4월 나이제한에 걸려 퇴출당했다. 한국기원 연구생은 만19살까지 입단하지 못하면 연구생을 그만 둬야 한다. 박영롱은 연구생을 그만 둔 후에도 바둑도장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를 하며 꾸준히 프로의 꿈을 키워 왔는데 올 들어 뜻밖에 좋은 기회를 맞았다.
한국기원이 그동안 세계기전에만 적용했던 특별입단점수제를 명인전과 다음주 개막하는 KT배 등 대형 국내기전에도 적용키로 한 것이다. 명인전의 경우 아마추어기사가 통합예선 결승에 진출할 경우 특별입단점수 1점, 본선에 오를 경우 3점을 부여하고 다른 기전에서 얻은 점수를 합쳐 5점이 되면 특별입단하게 된다.
박영롱은 이미 비씨카드배 64강에 올라 특별입단 점수 1점을 확보했고 이번에 명인전 본선에 오른다면 3점이 추가된다. 게다가 다음주 개막하는 KT배서도 통합예선 출전권을 따냈기 때문에 잘 하면 올해 안에 특별입단의 행운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박영롱과 박영훈의 명인전 통합예선 결승전은 16일 정오부터 바둑TV에서 생중계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