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사건으로 기소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9일 무죄를 선고 받은 것은 지방선거에 적잖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 전 총리가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후보로 굳어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또 여야 후보들의 가상 대결 지지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당 쪽으로 기울어졌던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어느 정도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후보가 '뇌물을 받은 부패 정치인'이란 의심을 떠안은 채 선거운동을 벌여야 하는 불리한 조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무죄 판결로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상승세가 어느 수준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지율이 급상승해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시장과 각축을 벌일 정도가 될지, 아니면 그간의 지지율 격차를 약간 줄이는 선에 그칠지 속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무죄 선고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 '표적 수사' 논란으로 확산될 경우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무죄 선고가 야권을 결집시키면 서울시장선거뿐 아니라 전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권은 무죄 선고가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심판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긴 했어도 재판 과정에서 골프접대 논란 등으로 '청렴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은 만큼 무죄 선고의 파괴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법률적으로는 무죄이지만, 도적적으로는 유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무죄 선고와는 별도로 검찰이 한 전 총리의 '9억원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별건 수사에 착수한 것도 선거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변수이다. 물론 야권에선 "검찰이 또 다시 공작을 시작했다"면서 별건 수사의 파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에선 '뇌물 스캔들'이 연이어 불거지자 '도덕성을 놓고 정면으로 붙어볼 만하다'는 기류가 엿보인다. 한편 한 전 총리는 19일 또는 20일 서울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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