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초반과 막판에 맞바람만 안 불었다면 2시간7분대까지 예상했는데 많이 아쉽네요."
'포스트 이봉주'의 적통으로 꼽히는 지영준(29ㆍ코오롱ㆍ사진)이 2시간9분31초의 기록으로 2010년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준우승했다.
지영준의 이 기록은 올 시즌 아시아권에서 3위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해 자신이 세운 2시간8분30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초속 5~6m로 부는 맞바람의 영향을 감안하면 상당한 호기록으로 평가된다. 현역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49초)을 보유하고 있는 김이용(37ㆍ대우자판)은 2시간16분53초의 저조한 성적에 머물렀다.
11일 오전 8시5분 대구스타디움을 출발해 대구 시내를 통과한 뒤 다시 골인하는 이 대회에서 지영준은 2009년 두바이 국제마라톤 은메달리스트 에데 데레사 킴사(34ㆍ에티오피아ㆍ2시간8분45초)와 35km지점까지 어깨를 나란히 했으나 막판 오르막길에서 밀려나면서 190여m 뒤진, 46초 차이로 2위로 골인했다. 지영준은 준우승 상금 4만 달러 이외에 9분대로 골인할 때 받는 '타임보너스' 1만 달러와 국내선수 1위 상금 2,000만원 등을 챙겼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트랙에 한 동안 드러누워 카메라 플래시를 받은 지영준은 "팀을 나와 방황하고 있을 때 조건 없이 지도해준 정만화(원주 상지여고) 감독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더 좋은 기록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내가 임신 6개월째인데 그 동안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며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던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를 함께 지켜본 황영조, 장재근 국가대표 장ㆍ단거리 기술위원장은 "지영준은 한국 마라톤의 마지노선이자, 데드라인"이라며 "다만 지영준이 국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성적을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육상연맹 황규훈 부회장은 "지난해 소속팀과의 갈등을 이겨내고 복귀한 지영준의 컨디션이 정상임을 확인한 무대에서 내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테셈마 예시 에세이아스(25ㆍ에티오피아)가 2시간29분17초의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2연패를 거머쥐었다. 1년 8개월만에 레이스에 복귀한 이은정(29ㆍ삼성전자)은 2시간 32분22초의 기록으로 5위에 머물렀다.
대구=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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