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레흐 카친스키(61)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던 폴란드의 역사를 대변하듯, 강경 민족주의자이자 반공주의자였다. 명료하고 솔직한 언행과, 강력한 반부패 정책으로 인기를 얻어 대통령직까지 올랐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친미 정책을 폈으며, 유럽연합(EU) 통합 강화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는 1989년 동구권의 공산주의 붕괴 도미노를 촉발시켰던 폴란드 자유노조 연대의 부위원장으로서 레흐 바웬사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바웬사가 1990년 초대 직선 폴란드 대통령이 되자, 보안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2000,2001년 법무부 장관으로 활동하며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집행해 국민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법과 정의(PiS)'당을 창당, 2002년 바르샤바 시장에 당선됐다. 2005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시민강령(PO)의 도널드 투스크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일란성 쌍둥이 형이자 정치적 동지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전 총리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야로슬라프는 '법과 정의'당이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하자 총리직에 올라 형제가 나란히 대통령과 총리를 역임해 화제가 됐다. 2007년 총선에서 시민강령당에 패배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야당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1962년 '달을 훔치는 두 사람'이라는 영화에 개구쟁이로 나란히 출연해 사랑을 받은 유명한 형제이기도 하다.
폴란드는 60일 안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정치체제이며, 행정부 운영권은 도널드 투스크 총리에게 있어 일상적인 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이 사인해야 할 주요 결정은 보류된다. 특히 형 야로슬라프의 대선 도전 여부에 벌써부터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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