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대한체육회 감사에서 그간 쇼트트랙에서 벌어졌던 ‘나눠 먹기’, 즉 승부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스포츠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2관왕 이정수(21ㆍ단국대)의 자필 사유서를 들어 강압에 의한 세계선수권 불참 소문을 무마하려 했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감사 결과 강제 작성은 물론 지난해 4월 대표선발전에서 이뤄진 짬짜미(담합)까지 드러나자 뒤늦은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연맹은 대한체육회 감사 결과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3,24일로 예정됐던 2010~11시즌 대표선발전을 9월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원만한 대회 운영과 공정한 선수 선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연맹의 설명. 그러나 이번 조사로 쇼트트랙을 감싸고 있는 무수한 잡음이 완전히 사라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쇼트트랙에 뿌리내린 나눠 먹기 관행과 파벌 싸움이 곪아 터지기 시작한 때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스부르크 동계유니버시아드 당시 출전권 양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현수(25ㆍ성남시청)가 동료에게 폭행을 당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국체대와 비한국체대간 파벌 훈련으로 한바탕 말썽이 일더니 세계선수권 후 4월 선수단 귀국 때는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53)씨가 당시 연맹 부회장과 말다툼 끝에 손찌검을 해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안기원씨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연맹은 물갈이에 나서기는 했지만, 문제의 원인이었던 인물을 요직에 앉히는 등 개선의 여지가 안 보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씨는 또 “다가올 대표선발전에서도 나눠 먹기가 확인될 경우 (안)현수를 외국으로 귀화시키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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