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 대구 서구 서구청소년수련관으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왁자지껄 모여 들었다. 한 달 넘게 연습해 온 자신들의 인형극 공연 최종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다. 서구지역 초등 6학년생 15명. 이들은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의 하나인 수련관 드림스터디그룹에서 만나 매주 금요일 1시간씩 4주간 인형극 수업을 받으며 동아리 활동을 펼쳐왔다.
그리고 내일(10일) 그 공연을 개막한다. 웃고 떠드는 표정들에는 생애 첫 무대에 대한 설렘과 함께 긴장감도 담겨 있는 듯했다. 서도초등학교 정선혜(13)양은 공연 연습을 많이 못 해 걱정이라면서 “그래도 친구들이 우리 인형극을 보면서 즐거워해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공연 작품은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소가 된 게으름뱅이’. 연령 불문 100원이라는 입장료가 있는, 엄연한 유료 공연이다.
이들은 올해 말까지 10여 차례의 공연을 이어갈 계획인데, 매 회 입장료 수입은 돼지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낼 참이라고 했다. 서부초등학교 구경모(13)군은 “돈이 얼마가 모일지는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자못 어른스럽게 말했다. 구군은 “우리 인형극을 보러 오는 친구들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고, 우리도 공연을 통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기는 물론이고 무대 꾸미기와 진행, 입장료 받는 일까지 공연 전반의 일들을 거의 스스로 챙겨왔다고 한다. 하지만 무대의 기획ㆍ연기지도를 비롯한 준비과정 전반을 뒤에서 감독하고 보살펴온 이는 있다. 지도교사를 맡은 이진영(47) 청소년수련관 운영실장이다. 이 실장은 “수련관에 인형과 소품들이 있어서 그걸 스터디그룹 동아리활동에 접목해봤다”며 “인형극을 연습하면서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표현력도 한결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100원짜리 인형극’은 다음 달에는 ‘청개구리’ 6월에는 ‘빨간 모자’ 7월 ‘양치기 소년’ 8월 ‘혹부리 영감’ 등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서도초등학교 정선혜(13) 양은 “정말 잘 하려면 더 오래 열심히 연습해야겠지만 우리 공연의 단골 관객이 되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반드시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야무진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 실장은 “아이들이 공연 자체를 배우고 즐거워하고, 그렇게 배운 것들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준다는 기대에 또 한 번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강석 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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