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빠져 사는 고등학생 아들을 보다 못한 엄마는 한달간 TV를 보지 않으면 200달러(약 22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한달 간 분투 끝에 돈을 거머쥔 아들은 그 돈을 들고 곧장 TV를 사러 간다.'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떼기도 전부터 대소변 가리기 등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을 제시하며 협상한다. 그렇다면 학습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금을 주는 경우는 어떨까.
8일 타임지는 교육개선 목적의 '현금 인센티브제'를 주창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롤랜드 프라이어의 3년에 걸친 야심찬 프로젝트 결과를 전했다. 뉴욕, 워싱턴, 시카고, 댈러스 등지에서 1만8,000명의 학생에게 약 630만달러(약 70억원)가 지급된 이 실험에 대해선 교육을 경제논리로만 접근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2007년 가을 뉴욕시는 일부 공립학교의 성적 우수자에게 25달러에서 50달러까지 포상금을 지급했다. 시카고, 댈러스, 워싱턴 등지에서도 독서 또는 출석, 수업태도 등을 놓고 실험이 진행됐다. 돈을 받는 아이들은 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했고 시험 점수도 좋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즉각적으로만 반응했고 꾸준한 효과는 없었다. 결국 실험은 "현금 보상이 학습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키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만 현금 보상제는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서, 또 성적보다는 행동에 관한 통제에서 더 효과적 이었다. 결과가 불확실한 시험 잘보기 보다는 얌전하게 있는 쪽이 아이들에게 더 쉬웠기 때문이다. 또 권당 2달러가 지급된 독서의 경우, 실험이 중지된 후에도 책읽기 효과가 이어졌다.
당초 이 실험은 흑인, 히스패닉 저소득층의 동기부여 실태를 알기 위해 시작됐다. 빈민가에서 자란 프라이어 교수는 그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주변에 없어 동기부여가 힘들었다며 공부로 금전적 보상을 받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에 현금 포상제를 도입한 한국계 미셸 리 교육감도 "이런 계층 학생들의 결석률이 줄었다"며 일정한 성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과도한 보상은 역효과를 부른다. 스탠퍼드대 간호학과에서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보상을 받고 그림을 그리는 유아가 그렇지 않은 비교군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적었다.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보상에 가로막혀 성취감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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