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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야구단 부활 '마나스'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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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야구단 부활 '마나스' 탄생

입력
2010.04.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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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 야구단> (1979, 박수동) <공포의 외인구단> (1982, 이현세) <제7구단> (1984, 허영만) <달려라 꼴찌> (1987, 이상무) <전설의 야구왕> (1991, 고행석) <번데기스> (2009, 김경호) 등 국내 대표만화의 공통점은?

제목에서 짐작되듯 모두 야구를 소재로 했다. 시대를 아울러 만화가들이 야구에 유독 관심을 가졌던 특별한 이유가 있다. 만화가 김경호(43)씨는 “1950~60년대는 <거인의 별> 과 같은 일본만화의 영향을 아무래도 많이 받았고, 70~80년대는 야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만화가들이 소재로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스포츠신문에 연재되는 만화의 70%가 야구관련”이라고 덧붙였다.

업으로 야구를 그리다 보니 직접 야구를 하는 만화가도 많았다. 고(故) 고우영씨와 이현세씨 등은 70~80년대에 만화협회 소속 야구단, 창작만화 야구단 등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전성기엔 만화가로 꾸려진 야구단이 5, 6개나 될 정도였다. 야구단은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고독한 창작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의 작품에 대해 동료들과 맘껏 교류하는 장이었다.

만화가들이 야구와 연을 떼기 시작한 건 90년대 이후다. 만화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당장의 생계가 급했던 만화가들은 배트와 글러브를 놓았고 야구단도 흐지부지 해체됐다. 굳이 직접 만날 필요가 없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땀을 나누며 부대끼는 끈끈한 정(情)도 희미해졌다.

과거의 영광이 그리웠을까. 20여 년간 자취를 감췄던 만화가 야구단이 9일 재탄생 했다. 이날 오후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 만화가 야구단 ‘마나스’(Mana’sㆍ우주의 힘) 창단식에는 만화가 10여명과 만화가 지망생, 만화업계 종사자 등 23명이 모였다. 마나스의 맏형이자 구단주인 만화가 이현세씨는 “1인 창작자인 만화가들이 야구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길 바란다”고 창단취지를 밝혔다.

활동계획도 정했다. 야구단의 총무를 맡고 있는 만화가 김경호씨는 “매주 토요일 정기 야구경기를 가질 예정이며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력을 기른 후에는 음악가 야구단, 문학인 야구단 등 다른 사회인 야구단과 함께 리그 등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덕분에 교류의 장도 활짝 열린다. 야구단 관계자는 “박수동, 이상무 작가 등 원로 작가들을 초청해 후배 작가와의 만남의 폭을 넓히고 작가들끼리 작품에 관해 서로 논의하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어려움도 있다. 최근 사회인 야구단이 많이 생기면서 야구장 확보가 힘들어졌다. 김경호씨는 “부천 인근의 한 초등학교에서 평소 간단한 훈련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구장을 확보하지 못해 매주 토요일마다 인천 옹진군의 영흥도 구장까지 차로 2시간이나 걸려 간다”고 전했다. 영흥도 구장 사용료는 1년(20일)에 70여만원. 회원 23명이 1년간 회비 25만~30만원안팎을 내고, 만화진흥원이 야구용품 등 200만원을 후원키로 했다.

한편 야구단은 창단 기념으로 야구단이 있는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만화책 30여부와 야구용품 등을 기증한다. 올해 말 열릴 ‘제2회 예술인 야구대회’가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그려낼 그들의 첫 작품이 될지 주목된다.

부천=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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