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교양ㆍ예능 프로그램의 신천지를 찾아나섰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폭로성 토크쇼가 과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KBS2 '1박2일', MBC '무한도전', SBS '패밀리가 떴다2' 등 각 방송사들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 다같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고 KBS2 '승승장구', MBC '세바퀴', SBS '강심장' 등 토크쇼도 사생활 폭로를 주 재료로 삼아 별반 다를 게 없다. 시청자들은 "뭘 봐도 비슷한 틀에 등장인물만 바꾼 느낌"이라며 "식상하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하는데 무작정 정규 편성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해도 다음 개편까지 수 개월간 편성에서 뺄 수 없다. 그래서 택한 것이 '파일럿 프로그램' 카드다. 한 번 시험방송을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정규 편성하는, 일종의 가능성 타진인 셈이다.
KBS2는 지난달 14일 '해피버스데이'를 방송, 검증을 마치고 이달 말 봄 개편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산에 대한 불안함, 불편함을 예능의 틀 속에서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시켜 출산율을 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며 정통 공익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 하루 이틀 가볍게 놀다 오는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출산 현장을 찾아 탄생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 재미와 공익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7일 방송의 성패로 정규 편성 여부를 가릴 SBS '하하몽쇼'는 토크쇼와 버라이어티의 결합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출연자들의 감춰진 재능을 보여주는 버라이어티를 토크쇼에 녹여낸다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다. 또 대부분 토크쇼가 40대 진행자를 기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하하와 MC몽에게 진행을 맡겨 젊은 감각을 선보일 계획이다.
MBC '오마이텐트'도 토크쇼와 다큐멘터리를 결합, '토크멘터리'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내걸었다. 캠핑을 하면서 만나는 여행객들과 대화하는 토크쇼적 요소와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갖춰 차별화했다. 지난해 10월 시험방송이 시청률 10%(AGB닐슨 조사)를 기록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에 MBC는 정규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돌파구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차별화라는 초심을 잃고 리얼 버라이어티와 폭로성 토크적 요소를 다시 집어넣어 기존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흐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씨는 또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들도 많은데 한 번 방송으로 그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게 옳은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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