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깜짝' 용병술이 기적을 일궈내는 듯 했지만, 결국 그 용병술이 화를 불렀다.
8일 오전(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치러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구장.
맨유의 선발출전 선수명단은 파격적이었다. 나니와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좌우 측면 날개로 기용된 가운데 2008년 맨유에 입단한 스무 살의 신예 하파엘 다 실바가 '백전노장' 게리 네빌 대신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다. 라이언 긱스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후반 막판 출전기회를 잡던 대런 깁슨도 대런 플레처와 마이클 캐릭 등과 함께 미드필드진을 형성했다. 예상치 못한 선발 라인업이었다.
특히 퍼거슨 감독이 경기 전날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웨인 루니를 원 톱으로 내세우는 초강수를 뒀고, "중앙 미드필더로 쓸 수도 있다"던 박지성은 아예 교체 선수명단에도 올리지 않는 등 연막 작전을 폈다.
전반전 용병술은 빛을 발했고 맨유의 기적 같은 4강 진출은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맨유는 전반 3분 루니의 패스를 받은 깁슨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7분과 41분, 나니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3-0으로 앞섰다. 발렌시아는 나니의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 노장 대신 투입된 '젊은 피'는 수비에서도 뮌헨의 프랭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을 꽁꽁 묶었다.
전반 43분, 뮌헨의 이비차 올리치에게 한 골을 내준 맨유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후반 5분부터. 수비수 하파엘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경험이 부족한 탓에 불필요한 파울로 화를 자초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후반 10분 루니를 불러들이고 존 오셔를 내보내 '지키는 축구'에 나섰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반 29분 로번에 두 번째 골을 내주며 3-2로 간신히 이겼다.
1차전 1-2로 역전패했던 맨유는 1, 2차전 합계 4-4로 동점을 이뤘으나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4강 진출이 좌절됐고, 2년 만의 정상 탈환도 물거품이 됐다.
2000~01 시즌 우승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오른 뮌헨은 지롱댕 보르도와 1, 2차전 합계에서 3-2로 앞서 4강에 안착한 올림피크 리옹과 22일 오전 3시45분 결승 길목에서 만난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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