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8일 대한민국 철강사에 한 획을 그었다.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일관제철소이자 원료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시스템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녹색제철소를 탄생시킨 것. 2006년 10월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반만에 대역사를 이뤄냈다.
◇숙원 이룬 현대家
현대제철은 이날 오후 충남 당진공장에서 일관제철소 종합준공식을 갖고 본격 생산체제에 돌입했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1953년에 설립된 지 57년만에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번째로 일관제철소를 구축하게 됐다.
현대제철은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740만㎡ 부지에 세워진 당진 일관제철소의 완공으로 연간 400만톤의 조강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11월부터 가동될 제2고로까지 합하면 연간 800만톤 체제가 된다. 여기에 기존 전기로 조강생산량 1,150톤과 2015년까지 완공하게 될 제3고로(400만톤)까지 감안하면 2015년 이후 세계 10위권 철강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사실 일관제철소 건설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가의 숙원사업이었다. 정 명예회장 시절부터 자동차와 조선소에 이르는 '중공업 제국'의 완성을 위해 철강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당시 국영기업인 포항제철의 선철 생산 독점시스템 앞에 번번이 무너졌다.
따라서 정몽구 회장 입장에선 일관제철소 건설이 선친의 유지를 받드는 숙원사업인 동시에 자신이 집중해온 자동차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바로미터였다. 2004년 한보철강 인수 직후부터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해온 정 회장이 웬만한 국책사업 규모와 맞먹는 6조2,300억원을 과감히 투자, 세계 최대 내용적(5,250㎥)의 고로를 완성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정 회장과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이번 당진제철소 완공으로 산업의 기초랄 수 있는 용광로 쇳물로부터 제조업의 총아인 자동차까지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세계 유일 기업이 됐다.
◇자원순환형 사업구조의 완성
당진제철소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철광석과 유연탄 등 제철원료의 하역ㆍ보관은 물론 고로 장입 과정까지에 이르는 전 공정을 밀폐형으로 설계, 제철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날림먼지에 따른 대기오염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떨어뜨렸다. 또 제철 공정 중 나오는 부산가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공장 내에 청정가스발전소를 건설, 전체 소요량의 80%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를 현대ㆍ기아차와 연계된 자동차용 고품질 강판 전문 제철소로 육성하려는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쇳물과 자동차용 열연강판 제조(현대제철) → 자동차용 냉연강판 제조(현대하이스코) → 자동차 생산과 폐차 처리(현대ㆍ기아차) → 철스크랩 재활용(현대제철)'으로 이어지는 고로 중심의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05년 12월부터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현대기아차 연구 인력 400여명이 함께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현대제철연구소를 개설해 선행연구를 진행해왔다.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는 현대제철이 맡고 현대하이스코는 이를 기반으로 냉연강판 제조분야를, 현대ㆍ기아차는 완성차 개발분야를 집중 연구해온 것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까지 자동차 구조재와 보강재를 생산했고 올해 안으로 고로에서 생산되는 슬라브로 자동차 내판재를 양산하고 자동차 지붕과 문에 사용되는 외판재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외판재를 양산하고 2012년 고성형 외판재를 개발한 뒤 2013년 초고강도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제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연세대 도시교통과학연구소는 당진공장이 건설되고 가동되는 과정에서 17만여명의 고용 효과와 24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현대제철이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당진군이 유치한 기업은 2005∼2009년까지 모두 830곳에 이르고 2004년 11만7,000여명있던 당진군 인구는 지난해 13만8,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지방세 세수도 2004년 272억원에서 지난해엔 803억원을 기록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등 각계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준공식에서 정 회장은 "현대제철의 제2의 도약을 통해 80억달러 상당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둠으로써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세계 철강시장에서 새롭고 능동적인 변화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진=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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