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김용철씨의 <삼성을 생각한다> 라는 책에 타워팰리스 얘기가 잠시 나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마천루처럼 솟은 이 아파트 단지가 삼성을 폐쇄성과 귀족문화를 폭로하는 그의 의도를 떠받치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내용은 그동안 세간에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김씨는 이를 '대중과 섞이기 싫다'는 설계철학으로 풀어냈다. 외부 손님을 재우는 별도의 '게스트 룸'등을 증거로 제시한 그는 검찰 경찰 등 공권력도 이곳에 출입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유달리 강조했다. 삼성을>
■ 타워팰리스의 폐쇄성이 정부 문서에까지 올랐다. 올 연말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의 효율성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엊그제 통계청이 내놓은 여러 가지 방안에서 이곳을 특별히 꼬집은 것이다. 서울 강남 등 일부 부유층 밀집지역의 경우 조사원의 출입 자체를 막는 경우가 많아 이들 지역에 협조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겠다는 것인데, 설명이 재미있다. "타워팰리스 등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선 조사원의 접근 자체가 어려운 사례가 있어 해당 지역에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강조하는 공문을 보내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 올해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이뤄지는 '인구센서스 2010 라운드'의 한가운데 있는 해다. 그래서 전 세계 233개 국가 및 지역의 96%인 224개국이 이 기간에 센서스를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1월 1일부터 보름간 예정돼 있다. 이를 위해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원되며 예산만 1,8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조사원들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면접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면접조사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행정자료 전산화 덕분에 2015년 센서스는 주민등록 등의 자료를 이용하는 센서스로 바뀌는 까닭이다.
■ 어쨌든 지금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가뜩이나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데 정부마저 자신들을 '그들만의 세상에 숨어 사는 계층'으로 지목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실상이 어떻든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진 과정에서 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와 명예와 권력이 모인 '대한민국 특별구'로서 대중이 넘보지 못하는 두터운 성을 쌓아왔고, 그것이 마침내 '신분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공개적으로 요청 받기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래도 통계청의 공문을 받아 드는 것을 계기로 타워팰리스가 사회적 평판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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