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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집배원은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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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집배원은 '키다리 아저씨'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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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우체국 집배원 황성화(43)씨의 담당구역은 명장2동 '달동네'다. 그 동네에는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황씨의 '조카'다섯 명이 산다. "부모 잃고 조부모와 지내는 등 다들 어렵게 사는"의(義)조카들이다. 황씨는 이들에게 매달 급식비를 대주고 있다. 특별한 날, 가령 입학식 날에는 새 가방 같은 선물도 챙긴다. "잘 먹어야 하는 한창 나이인데 형편이 어려워 급식을 못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더군요. 5년쯤 전부터 시작한 일입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거나, 맺고 있는 이들은 황씨에게 이따금 문자 메시지나 편지를 보내곤 한다. 운전 조심하시라, 밥은 꼭 챙겨 드시라…. 현장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몸은 파김치가 되지만 그런 편지를 꺼내 읽다 보면 피곤도 말끔히 가신다고 황씨는 말했다.

명장2동에는 황씨의 '노부모'도 스무 명 가량 된다. 일하는 틈틈이 들러 식사를 챙겨드리고, 주말이면 목욕도 시켜드리고 있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그쯤 된다는 의미다.

황씨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우체국 일을 경험한 뒤 1990년 집배원이 됐다. 96년부터 지금껏명장2동을 맡아왔고, 그 즈음부터 딱한 이웃들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보살펴왔다니 그게 벌써 만 15년이다. 그는 "저보다 아내가 더 열성이어서 먼저 반찬 만들어놓고 갖다 드리라고 등을 떠민다"고 말했다.

황씨는 오는 13일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가 전국 1만7,000여 명의 집배원 중 최고 집배원에게 주는 '집배원 대상'을 받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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