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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낭만적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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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낭만적 무법자?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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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적을 절대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생김새를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무대나 영화를 통해 해적을 보아왔다. 해적은 카우보이같이 인상적이고 전설적인 지위를 획득한다.

영어권의 훌륭한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문학에서 고전이 된 해적이야기 <보물섬> 과 <피터 팬> 에도 영감을 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실이 허구 속에 녹아 들었다.' 해적에 관한 한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의 데이비드 코팅리는 전설적인 해적들의 모험을 담은 자신의 책 <낭만적인 무법자, 해적> 에서 이렇게 말했다.

■ 해적은 <보물섬> 의 후크 선장 같은 모험적인 영웅도 아니고, <캐리비안의 해적> 의 스패로우(조니 뎁)처럼 매력과 기이함을 가진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과 맞서는 또 다른 악당들과 가깝다. 납치자들을 피를 토할 때까지 때리고, 심장을 도려내거나 노예로 팔아버린다. 여자 해적 역시 <컷 스롯 아일랜드> 의 모건(레니 할린)처럼 멋진 미모, 낭만적 사랑은 환상이다. 18세기 영국의 메리 리드와 앤 보니는 어릴 때부터 사내아이로 자랐고, 매춘부 출신으로 19세기 초 남중국해를 주름 잡은'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적'중국의 쳉도 잔인하기가 그지없었다.

■ 해적은 그리스와 로마시대에도 있었다. 신라 진성왕 때에는 굶주린 백성 110명이 해적이 돼 일본 섬을 공격하기도 했다. 해적으로는 바이킹과 데인족이 유명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해적의 본거지는 영국. 튜터 왕조 때에는 영국 남쪽 해안 전부가 해적의 소굴이었다. 해적은 때로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전쟁에 참여하거나, 적국의 상선이나 수송선을 약탈하기도 한다. 1571년'바다의 거지들'로 불리는 네덜란드 해적들이 윌리엄 오렌지 공 군대와 합류해 독립을 위해 스페인군과 싸운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나중에 귀족이 된 해적도 있다.

■ 해적의 전성기는 캐리비안의 해적이 나온 1650년부터 영국 해군이 해적 우두머리들을 잡아 집단교수형을 시킨 1725년까지. 2만명이 대서양에서 약탈행위를 자행했다. 흑인도 40%나 되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해적행위가 국가 기간산업이 될 정도로 국민의 협조와 지지를 받고 있어 12개국 30여 척의 군함이 나가 있지만 별 소용이 없다. 그들은 의적 로빈 후드를 자처하며 아이티에 구호성금도 내고 싶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해적은 '낭만적 무법자'가 아니다. 잔인한 도적일 뿐이다. 철저한 감시를 넘어 적극적인 소탕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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