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를 계기로 군사기밀 분류와 정보공개수준이 제도적으로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나 군 당국이 군사기밀이란 이유로 정보흐름을 막는 바람에 엄청난 인명피해와 안보불안을 불러일으킨 천안함 사고에 대한 각종 의혹과 유언비어가 불거지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군사기밀의 분류나 공개도 정부나 군의 입맛대로 정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6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주최로 열린 '천안함 침몰과 군사기밀 긴급 좌담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방부가 정확한 진상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공개하기보다 브리핑 등을 통해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언론이나 유가족,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입장을 번복하는 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사고관련 주요일지와 교신기록 ▦해군의 사고예방 및 대응 매뉴얼 ▦기뢰 등에 의한 외부파괴 의혹을 규명할 각종 문서 ▦당일 천안함 등이 참여한 기동목표와 임무에 대해 정부측에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군사기밀을 이유로 거부됐다는 것이다.
국가기밀 적용여부와 공개수준도 논란이 됐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군 당국이 정보공개거부 근거로 군사기밀보호법을 들지만, 천안함 사고는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근거도 이법에 있다"고 군 당국의 자의적 판단을 비판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때나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될 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군사기밀은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최저등급으로 하되 과도 또는 과소 분류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지만 기밀의 세부등급은 군의 내부지침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김종대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은 "이 사건에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기밀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며 특정무기체계이름이나 정보출처, 암호 등을 제외한 군지휘부 대응상황, 북한군 전력 등은 정확히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럼즈펠트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 전쟁에서 정보를 통제하는 바람에 미국이 9년간 국력을 소진한 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정부의 제멋대로식 기밀분류나 공개여부 판단을 막기 위해 적절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태변호사는 "천안함 사고가 재판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는 군사기밀을 핑계로 필요증거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밀 지정에서 통제까지 적정하게 심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진한 정보공개국장도 "현행 법조항의 표현을 명확하게 고쳐 정부 내부판단이 아닌 사법적 판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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