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분권촉진위원회(지방분권위)가 노동부의 11개 기능, 37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기로 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았다. 대부분 산업안전보건(7개 기능, 25개 사무)에 관한 것들이다. 사업주 감독기능과 유해물질 제조 금지ㆍ허가와 기간제ㆍ단시간 근로자 보호, 고용상 연령차별 행위 시정 명령, 남녀고용 평등지원도 포함시켰다. 비정규직과 고령자에 대한 차별 시정과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한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도 앞으로는 지자체에 맡기겠다고 한다.
노동계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 유치를 위해 자자체가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에서 산업안전보건 기능이 지자체로 넘어가면 노동여건은 더 나빠지고, 산업재해도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성고용 향상을 위해 2005년부터 시행해온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경우 한국노총은 "이 제도로 4년 동안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여성노동자 비율이 30.7%에서 34%로 높아졌고, 여성관리자도 10.2%에서 14.1%로 늘어났다"며 지자체에 넘기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의 이런 우려와 반발을 무시하면 안 된다. 노동안전과 환경이야말로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라고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집중하려는 고용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불안전하고 차별적이며 불안정한 근로환경의 개선 없는 고용 확대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한다. 지난해에도 9만명 가까운 근로자가 업무상 사고로 부상했다.
지자체로 넘긴다 해서 모든 게 더 나빠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중앙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산업안전과 고용평등을 실천하려는 곳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지방분권을 촉진하는 것도 지방자치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정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지자체에 마구 떠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중한 선택과 여론 수렴, 꼼꼼한 세부실천계획 수립과 사후 점검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