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이 통신업계의 1분기 성적표를 멍들게 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SK텔레콤, 통합 LG텔레콤 등 통신 3사는 1분기에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탓에 영업이익이 대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과거에는 1분기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전분기 대비 실적이 호전됐으나 올해는'아이폰'을 따라잡기 위해 이통사들이 휴대폰 보조금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때문에…
KT의 경우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1분기에 이동통신 가입자가 28만명 이상 늘어났다. 이는 2005년 이후 1분기 순증 가입자 수로는 최대치다. 덩달아 인터넷전화(VoIP) 가입자도 15만명이 증가했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같은 기간 6만명 이상 늘었다.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KT의 1분기 매출을 4조8,700억원대, 영업이익 4,9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지난해 1분기 KTF 실적을 합쳐서 비교하면 매출은 올해 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7.8% 줄어들게 된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 매출은 가입자가 늘면서 증가했으나 3월 이전까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과열돼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스마트폰 위주의 마케팅 과열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SK텔레콤도 가입자 증가만 놓고 보면 놀랍다. 1,2월에 35만명 이상이 늘어 2004년 이후 1,2월 가입자 증가치로는 최대였다. 시장 점유율 또한 2006년 6월 이후 최대인 50.7%로 확대됐다.
하지만 늘어난 가입자만큼 비용도 증가해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시작한 초당 과금제 때문에 가입자당 월 평균 통화량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SK텔레콤의 1분기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 이상 증가한 3조560억원 이상, 영업이익은 7% 줄어든 5,200억원대로 보고 있다.
반면 LG텔레콤은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할 전망이다. 1월에 합병을 단행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고 스마트폰 경쟁에서 한 발 비껴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LG텔레콤의 1분기 매출을 1조8,800억원대, 영업이익은 1,880억원대로 전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대한 준비가 늦었다는 점에서 호재가 악재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신형 휴대폰과 서비스 경쟁 더 치열해 질 전망
문제는 향후 전망인데, 그다지 밝지 않다. 업계에서는 2분기 이후 스마트폰과 요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이후 삼성전자 및 HTC 등 국내외 휴대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폰을 쏟아내고 애플이 6월 이후 신형 아이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통사들의 스마트폰 경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LG텔레콤이 6월에 서울역 앞 신사옥으로 옮기며 새로운 사명 발표와 함께 저가의 무선 데이터 요금제인 '오즈 2.0'을 앞세워 공격적인 요금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의 등장과 기업 시장을 겨냥한 유무선결합서비스(FMC) 확대 역시 통신시장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다. 김홍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치열한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 경쟁이 일반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안드로이드폰 등 새로운 휴대폰과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통신업계의 마케팅 비용 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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